새누리당 제주도당의 고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우근민 지사의 입당(入黨)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거짓당원 및 당비대납' 등의 논란까지 불거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재(惡材)가 아닐 수 없다.
발단은 내년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규 입당자가 2만5000여명이나 몰리면서 비롯됐다. 당원이 많을수록 해당 정당으로선 쾌재(快哉)를 부를 일이다. 그러나 사안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신규 입당자 대부분이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지지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주정가에선 2만5000여명 중 우근민 현 지사 지지자가 1만8000여명, 김방훈 전 제주시장 4000여명, 나머지 3000여명은 김경택 전 정무부지사 지지자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 도당이 당원명부를 전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일례로 본인이 입당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원으로 등록됐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연락처 등이 불일치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는 조직적인 누군가에 의해 거짓으로 입당원서가 작성되고 제출되었음을 뜻하는 것. 특히 법으로 금지된 당비대납(黨費代納)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최근 입당 절차를 완료한 김태환 전 제주지사는 무더기 입당신청과 관련 엄중 조사 및 배후(背後)에 대한 진상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당국, 새누리당 중앙당에 촉구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대규모 입당이 새누리 제주도당을 '사당화(私黨化)' 시켜 공정한 경선을 파괴하려는 음모가 숨겨져 있다고 강력 성토했다.
모처럼 호재를 만난 민주당 제주도당도 비판 대열에 끼어들었다. 이들은 가칭 '새누리당 불법입당·관권개입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보 창구를 개설하는 등 대여(對與)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2만5000여명의 사람이 일시에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특정인을 위한 조직동원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새누리당 제주도당이 '거짓당원'에 대한 사실조사에 나서고, 선거관리위원회도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반면에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은 뒷짐만 진 채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관망만 하고 있다.
'거짓당원 및 당비대납' 등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파괴하는 불법이며 아주 잘못된 행태다. 그것은 '통진당의 부정경선' 사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차제에 새누리당과 관계당국은 현재 제기되는 모든 의혹과 진상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말끔히 털어내야 한다. 자칫 미온적으로 대처해서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큰 우(愚)를 범할 수가 있다.
우근민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원서 제출로 촉발된 파문은 6개월여 남은 내년 지방선거 분위기를 조기에 과열(過熱)시키고 있다. 예비주자들의 세불리기와 날선 공방이 이어지는가 하면 '마타도어' 또한 벌써부터 난무한다. 저마다 지역발전의 적임자임을 자처하지만 '역사(歷史)에 대한 책임과 예의'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제주의 미래를 맡겨도 될 것인지 도민들이 정말 심각하게 고려할 때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