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落馬'로만 끝날 일인가

'한동주 落馬'로만 끝날 일인가
  • 입력 : 2013. 12.03(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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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설화(舌禍)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본인은 '말 실수'라고 하지만 발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사와의 거래설' 등 그 도(度)가 일반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위중하기 짝이 없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에서 행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한 전 시장은 서귀고등학교 2회 졸업생이다.

그는 이날 내년 6월이 선거이고 자신의 임기도 내년 6월까지라고 전제한 후 말을 풀어나갔다. 문제가 된 '지사(知事)와의 거래설'도 이때 나왔다. 그는 "내가 당선되면 너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니가 서귀고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우근민)지사가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내년 선거에서 우근민 지사 지지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연에 의한 특정고교 인사 밀어주기 및 사업자 특혜계약 등도 공언했다. 학연을 강조할 땐 서귀포시내 경쟁 고교를 포함한 6급 이상 공무원 분포 현황도 상세하게 밝혔다. "그런데 제가 와서 보니까 서귀고등학교가 모든 인사에서 밀려 있었다"며 "제가 더 해야 이 친구들을 다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시장은 더 나아가 "서귀포시내에서 사업하는 분들 계약 하나 더 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 놀랄만한 발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 한마디가 공무원의 자질을 의심케 함은 물론 공복(公僕)의 신분으론 상상하기 힘든 발언들이다. 단순한 '말 실수'로 돌리기에는 녹취록 전문과 함께 음원파일까지 공개되면서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우근민 지사가 '설화 파문' 하룻만인 지난달 30일 한동주 서귀포시장을 전격 경질한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제주자치도는 감찰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수사까지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꼬리 자르기'식 조치만으로 이번 사태의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당장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긴급 논평을 내고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이자, 공무원의 노골적인 선거개입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근민 지사의 책임론'을 강력 제기 중이다. 선거관리위원회 또한 긴급회의를 갖고 진상 파악에 나섰으며, 수사당국에서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제주정가와 도민사회에 때아닌 격랑(激浪)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근민 지사는 수차례에 걸쳐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시 "공직 퇴출"을 천명했었다. 또 공직 비리가 터질 때마다 "연대책임을 묻겠다"고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내면적 거래설'이 불거져 나온 터에 우 지사 역시 직접적 혹은 도의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하게 됐다.

이런 와중에 '오월동주(吳越同舟)'란 옛 고사성어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왜일까. 이 말은 원수 사이인 오나라·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게 된 위험한 형국을 일컫는다. 그러나 오월동주는 또 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 원수지간임에도 불구 거센 풍랑 등의 위험에 처하면 함께 도와 위기를 벗어난다는 의미다. '동주'와 같은 배를 탄 우근민 지사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도 향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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