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만리 제주밭담](16)에필로그

[흑룡만리 제주밭담](16)에필로그
화산섬 제주의 상징 재평가… 내년 세계농업유산 유력
  • 입력 : 2013. 12.18(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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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담 보전·활용관리 위한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국제 전문가들 "제주밭담 세계농업유산 자격 충분"

주민 홍보교육 공감대 필수… 정부 지속지원 과제

제주밭담은 제주인이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일궈 온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유산이다. 바람결을 따른 곡선, 현무암의 검은색 등은 제주섬의 선과 색을 대표하는 제주 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제주밭담은 그간 제주 농업을 키워온 유산이었으나 그 가치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급속한 도시화와 기계화, 농업의 몰락, 그에 따른 농업형태의 변화 등으로 제주 밭담의 훼손율이 평균 1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돌담의 원형이 급속도로 훼손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돌담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월 오랜기간 형성된 농어업 유산을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돌담밭을 각각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 2호로 지정했다. 제주의 밭담이 국가 차원에서 후손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유산' 자원으로 재평가된 것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는 오랜기간 이루어진 전통적 농경·어로행위와 그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농어촌 경관 등 전승할만한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을 국가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세계농업유산 등재 기대감=제주밭담은 국가유산에 이어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국가 또는 지역이 사회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몇 세기에 걸쳐 발달하고 형성돼 온 농업적 토지 이용, 전통적인 농업과 관련돼 육성된 문화, 경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차세대에 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2년에 태동했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등재를 주관하는데 비해 농업유산은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주도한다.

현재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25곳. 이중 절반 이상인 17곳이 동남아시아에 분포돼 있다. 그외 아프리카 6곳, 중남미 2곳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등재 지역이 한 곳도 없다. 세계농업유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이 시스템이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농업유산 시스템이 그동안 논농업에 치중해왔던 점에 비추어 제주밭담은 기존 유산과의 차별성과 독특함, 경관적 우수성으로 인해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회의에서도 제주밭담은 집중조명과 함께 호평을 받았다.

FAO의 코하프칸 세계농업유산기금 의장은 제주 실사 때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자격이 충분하며 다섯가지 영역(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밭담이 훌륭하고 탁월한(엑설런트) 유산"이라고 극찬했다.

▶보존활용 착실히 준비해야=남은 과제는 농업유산으로서 제주밭담의 보존·활용에 대한 실천계획이다. 국제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이점을 강조한다. 세계농업유산 사무국 코디네이터 에노모토 씨는 "지역의 농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행정 중심이 아니라 농업 주체들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자치도는 FAO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보존활용을 위해 3대 과제, 6대 전략을 제시했다. 3대 과제는 밭담가치 인식 확산, 자발적 참여동기 및 인센티브 부여, 제도적 지원에 관한 것이다. 6대 전략은 밭 한평사기 등 전략적 홍보, 밭담 보전을 위한 거점 육성, 석공연합회 조직 등 밭담 보전지원조직화, 농업유산직불제 도입 등 직접지원 제도 구축, 밭담정보 기반 구축, 성과평가체계 확립 등이다.

제주자치도와 한국농어촌공사, 제주발전연구원은 영역별로 시행주체가 돼 마스터플랜을 수립중이다. 계획안을 보면 보전관리 종합계획 수립과 자원조사, 복원·정비, 축제, 석공 장인 발굴·지정, 농가소득화, 체험테마공원 조성 등 제주밭담의 보전관리와 가치 창조, 농가소득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망라돼 있다. 1단계로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3년간 15억원(국비 70%)이 투입된다.

제주밭담 보존·활용을 위해서는 주민과의 공감대도 중요하다. 일본 유엔대학의 나카타 교수는 세계농업유산이란 브랜드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와 교육 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개발과 민동명 사무관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두 지역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제주밭담 연중기획 다양성 집중 조명

가치·보존활용 대안찾기 모색…정부도 본보 기획보도 큰 관심


제주밭담은 제주농경문화를 대변하는 살아있는 역사이자 제주인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유산이다. 한라일보가 연중기획으로 제주밭담을 주목해 온 이유다.

본보는 올 한해 '흑룡만리 제주밭담'을 주제로 제주밭담의 다양한 가치와 보존활용에 방점을 찍고 다양한 기획기사를 선보였다. 밭담의 역사와 유형, 길이, 훼손 실태, 미학적 가치 등을 집중 조명했다.

해외 등재지역 현지 르포와 국제회의에 취재진을 파견, 국제동향에 대해서도 수시로 점검했다. 정기 기획만 16회를 비롯해 수십회에 걸친 장기기획이었다.

제주의 상징 중 하나인 밭담이 후손에 물려줄 '유산자원'으로서 보전관리는 물론 브랜드로 활용해 나가기 위한 여러 과제와 대안을 찾는 시도도 했다.

정부 내에서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주도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본보 제주밭담 기획기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한라일보의 제주밭담 기획은 지역언론이 국가적 농업유산 가치를 발굴하고 도민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데 수범적인 사례라 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제주밭담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아직 진행형이다. 빠르면 올해안에 등재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수정보완과 국제회의 일정 등을 이유로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내년 상반기 등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라일보의 제주밭담 기획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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