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아디오스, 연아!'

[김계춘 칼럼]'아디오스, 연아!'
  • 입력 : 2014. 02.25(화) 00:00
  • 김계춘 기자 kckim2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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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세계 피겨계의 전설'이 된 여왕 김연아. 그의 현역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프리 곡(曲)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였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여의고 만든 곡이다. 아디오스가 스페인어로 '작별인사'를 뜻하는 것처럼, 연아는 이를 주제곡으로 삼아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팬들과 아쉬운 작별(作別)을 고했다.

비록 석연치 않은 심판들의 판정으로 안타깝게 2위에 머물렀지만 김연아는 아름다웠다.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드레스는 우아한 연기와 어우러져 기품이 묻어 나왔다. 천변만화(千變萬化)의 표정 속에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 등 모든 감정들이 녹아 있었다. '여왕의 품격(品格)'을 잃지 않고 승부마저 초월한, 그것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김연아는 7세 때부터 스케이트화와 고락(苦樂)을 함께 했다. '피겨 신동'으로 불리었고 주니어와 시니어를 거치면서 피겨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동갑내기 맞수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연아를 급성장시킨 자극제였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선 새 채점제 도입 후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마침내 태극기를 시상대에 펄럭이게 만들며 '여왕(女王)'으로 등극했다.

그의 끝모를 열정과 도전 정신은 우리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연아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국민들과 세계 피겨팬들은 지난 10여년간 매우 행복했다. '소치의 스캔들'로 비화된 심판들의 편파 판정에도 그는 의연했다. 위로받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달랬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점수는 기대 안했어요. 결과에 만족하냐고요? 안하면 어쩌겠어요. 하하하…." 왜 슬픔이 없으랴만은 24살 연아의 쿨한 대답은 심판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흥분하기에 연연했던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김연아는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기분을 묻는 질문에 "고생한 만큼 다 보여드렸다. 끝나서 너무 홀가분하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120점'을 줬다. 주어진 일에 혼신(渾身)을 기울여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말이자 답이었고 점수였다.

금빛보다도 더 빛났던 은빛이었다. 비록 금메달의 주인공은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로 바뀌었지만 소치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진정한 주연(主演)은 김연아였다. 그는 이제 여왕의 왕관을 내려놓고, 조금은 무거웠던 선수 생활의 굴레에서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나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 그것만 기억해 준다면 만족할 것 같다"는 게 연아의 소망이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연아야, 고마워" "그대가 있어 행복했다"라고 전한다.

우리는 더 이상 김연아의 '마법(魔法)'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경기에 몰입할 때 느껴지는, 눈이 시릴 만큼 그녀의 고혹적인 자태와 환상적인 연기는 우리 국민과 세계 피겨팬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김연아의 마지막 쇼트프로그램 곡명은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였다. 어느 나이든 여배우의 독백은 이렇게 흐른다. "그때의 어릿광대들은 어디로 갔나요?/기쁨이 아니었나요?/다시 생각해봐요/하나는 떠나가고/하나는 남았네요/ 그때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아디오스(안녕), 연아!'

<김계춘/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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