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은 '우주의 대폭발'을 뜻하는 용어다. 그야말로 우리 정치권에 '빅뱅'이 일어났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을 추진하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일 전격적으로 '합당(合黨)'을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3자 구도'로 진행돼 온 6·4 지방선거전(戰)은 '양자 구도'로 급속히 바뀌게 됐다.
합당 방법은 '제3지대 창당'으로 알려졌다. 서로 3인씩 동수로 참여하는 신당추진단이 '제3지대'에 별도 신당을 만든 뒤 양측이 각각 합류하는 밑그림이다. 새정치연합은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자격으로 들어오고, 민주당은 당 대 당 합당을 하는 식이다. 이날 합의로 새정치연합의 자체 창당 작업은 보류된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통합 발표문에서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이는 기초자치단체 불(不)공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겨냥한 것. 또 대선 불법개입 진상 규명 등도 주요 이슈로 내걸었다. 사실상 '대선 불복 2라운드'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따라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야권발 정계 개편은 6월 지방선거를 넘어 차기 대선(大選)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벌써 새정치연합 창당 실무를 담당했던 김성식 공동위원장 등이 신당 불참(不參) 의사를 밝혔다.
특히 새정치를 표방하던 안철수 의원이 기성 정당인 민주당과 손을 잡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후폭풍(後暴風)이 예상된다. 안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을 "호남 기득권" "낡은 세력" 등으로 표현하며 호되게 비판해왔다. "정치공학적 선거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한 것도 안 의원이었다. 하지만 연대를 뛰어넘어 아예 합당을 선언해 버렸다. "솔직히 명분도, 논리도, 실리도 찾기 어렵다"는 말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유와 명분이 어떻든 양측이 합침으로써 야권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등지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통합야당의 등장이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집시켜 이번 선거가 보수와 진보 세력의 이념 대결 형태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분열과 통합의 야당사' 반복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가 6·4 선거의 최대 변수(變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합당 선언으로 제주의 정치지형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도지사 선거의 경우 셈법이 훨씬 복잡해졌다. 새누리당은 4명의 예비후보에다 '원희룡 변수'가 아직도 잠복해 있다. 더욱이 야권 통합으로 '제한적 전략공천'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기존 주자들의 반발이 문제다.
범야권은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온도 차가 다르다. 민주당측이 보다 적극적인데 비해 새정치연합측은 경선룰 등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신구범 전 지사가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완주(完走)할지도 큰 관심사다.
제주도의원 선거 또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측 후보간 치열한 공천 다툼이 예상된다. 경선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일부 후보의 경우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生物)'이라 했다. 향후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