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박주희 도의원의 '不出馬 선언'

[김계춘 칼럼]박주희 도의원의 '不出馬 선언'
  • 입력 : 2014. 03.25(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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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페이스북에 들렀다 아주 아쉬운 소식을 접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주희 의원의 '불출마(不出馬) 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박 의원은 "더 낮은 자세로, 깨어있는 시민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일순간 가슴에 '찡'하는 울림이 일면서 푸쉬킨의 어느 시구가 문득 생각난다는 댓글을 남겼었다.

박주희 의원과는 개인적으로 별다른 인연은 없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을 통해 그 활약상은 눈여겨 본 터다. 제주복지공동체포럼 대표 등의 이력에서 보듯이 특히 약자(弱者)들의 복지 분야에 관심이 높았다. 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간사를 맡은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라 생각된다.

'장애인정책 최우수의원'이나 '민선 5기 여성지방의원 우수의정활동상', '우수조례상' 선정 등은 그간의 활동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로 만 39세이니 그야말로 '연부역강(年富力强·나이가 젊고 기운이 왕성한)' 그 자체였다.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박 의원은 비례대표의 경험을 살려 선출직 도의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아마도 제주시 외도·이호·도두동을 아우르는 제14선거구로 기억된다. "어떻게든 승리해야만 '정의(正義)'가 되고 이겨야만 옳은 것이 되는 정치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목표에 이르는 것이 아닌, 어떤 선한 과정을 통해 목표에 이르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도민 여러분께 보여드려야 할 진정한 정의라고 생각된다"는 게 명분(名分)이었다.

그러나 박주희 의원은 그 꿈을 접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절절한 심정을 토로한 그 내용은 이렇다. "학연·지연·혈연을 포함한 소위 기득권(旣得權) 중심의 벽 앞에서 선한 과정을 통해 진정한 정의를 실천하기에는 저 자신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이제 현실정치의 벽(壁)을 마주 서서 또 한번 도민 여러분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리기 이전에 제 부족함을 먼저 채우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기득권 중심의 벽'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현 정치세태를 감안하면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이당 저당보다 괸당이 최고라는, 학연·지연·혈연이 아직도 판치는, 그리고 '0당(當) 0락(落)'이 지금까지 설왕설래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사이자, 20년이 넘는 지방자치 역사의 현주소다.

정치인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과 정확히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싸잡아 매도당하는 정치인들도 결국은 국민이 뽑은 사람들이다. 청렴(淸廉)의 대명사인 스웨덴 국회의원이 대부분 전철을 타는 이유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 때문이다. 도민 혹은 국민들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가 바라는 '새 정치'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6·4 지방선거'가 이제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지사나 교육감, 도의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포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포부가 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닌,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나 지역발전으로 한데 모아졌으면 한다. 제발 군림(君臨)하지 말고 봉사하라고 한다면 지나친 요구일지는 몰라도, 최소한 자신들을 선출해준 도민들에 대한 예의는 갖추길 바란다.

잠시 꿈을 접은 박주희 의원에겐 푸쉬킨의 시로 당부의 말을 대신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마음은 미래에 살고 미래를 바라는 것……"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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