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95세로 타계하자 전 세계가 애도의 물결로 출렁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만델라라는 사표(師表)가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애도했다.
만델라가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남아공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정책)를 철폐시킨 공로도, 27년의 기나긴 감옥생활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올랐다는 입지전적인 삶 때문도 아니다. 그에겐 '인간은 본디 선(善)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기에 끝없이 용서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으로부터 반성을 이끌어냈다. 국민들에겐 저주와 증오가 아닌 화해란 아름다운 씨앗을 심었다. 만델라가 '인권과 평화, 용서와 화해'의 대명사로 전 세계의 추앙을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이틀 후면 '제주 4·3사건' 66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다른 해와 달리 올해 4·3 추념일은 '국가 기념일'로 격상(格上)되어 치러진다. 제주도민과 4·3유족들의 가장 큰 숙원 하나가 마침내 풀린 셈이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엔 각고의 세월이 있었다.
그 시발은 2000년 1월12일 제정 공포된 '제주4·3사건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다. 2003년엔 국가 차원의 진상보고서가 채택됐다. 특히 그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및 4·3평화공원 참배 등이 이어지면서 제주4·3은 커다란 전환점(轉換点)을 맞았다. 특별법으로 인해 지금까지 심사 의결된 희생자가 1만4032명, 유족도 3만1253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발맞춰 4·3의 국가 기념일 지정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왔다. 더욱이 2012년 12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를 대선(大選) 공약으로 내걸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올해 3월 24일 드디어 국가 기념일로 공포(公布)되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4·3특별법 제정 및 대통령 사과가 진보정권에서, 국가 추념일 지정은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는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대립을 넘어 화해(和解)와 상생(相生)의 토대가 이미 마련됐음을 뜻한다.
물론 일부 세력에 의한 '4·3 흠집내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제주4·3사건 바로잡기 대책회의의 '불량위패(位牌) 제거' 등의 요구도 그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차후의 과제로 남겨야지, 이를 빌미로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 등을 막는 것은 치졸하기 그지없는 행태다.
만델라는 백인 가해자들을 처벌하라는 빗발치는 요구에도 과거사 해결과 관련 한 가지 원칙을 굳게 지켰다. 그것은 '용서하되 잊지는 않는다'였다.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념관'에도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妄 後事之師)'란 문구가 걸려 있다고 한다.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는 뜻으로 중국인들의 역사관이 응축되어 있다.
국가 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해 4·3위령제는 갈등과 반목을 뛰어넘어 국민 대통합(大統合)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제주4·3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세계에 알리는 계기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을 간곡히 촉구하고 바라는 이유다. 그리하여 "이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여 보다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