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바람'은 결코 미풍(微風)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폭풍 진군(進軍)'이었다. 원 전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새누리당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압도적인 표차였다. 그는 '100% 국민여론조사'로 진행된 당내 경선에서 69.3%를 획득하며 김방훈(19%)·김경택 후보(11.7%)를 여유있게 제쳤다. 그간의 여론조사에 허수(虛數)가 끼어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도 말끔히 씼어냈다.
원희룡 전 의원은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새누리당의 개혁과 변화, 선거혁명을 제주에서 실현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경우 '돈과 기득권'에서 자유롭지 않은 구석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의 선거사무실에 선관위와 선거감시단, 시민단체 및 언론이 상주(常駐)하기를 요청했다. 선거운동캠프 운영상황을 항상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어 원 후보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깨끗한 선거, 상대방을 헐뜯거나 비방하고 배척하지 않는 클린선거, 공(公)과 사(私)를 명확히 구분하는 선거운동 등을 다짐했다. 또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고를 소중히 하는 '괸당문화'의 장벽과 마음의 장벽을 없애는데도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편가르기 세력은 이제 발전적으로 극복되어야 한다는 말로 공무원의 엄격한 선거중립을 촉구했다.
원희룡 전 의원이 제주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지난 3월 16일이었다. 그리고 한달도 채 안돼 집권여당의 후보를 거머쥐었다. 이같은 '바람'의 근원지는 그 무엇보다 '변화(變化)에 대한 도민들의 뜨거운 갈망'이라는 게 도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야권 등 다른 후보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후보들이 '100% 국민참여경선'이란 숭부수를 던진 것은 이런 흐름을 반전(反轉)시키기 위해서다. 고희범·김우남·신구범 예비후보는 13일 긴급회동을 갖고 당원 50%+일반도민 50%를 원칙으로 하는 순회경선(제주시·서귀포시) 방법에 합의했다. 비록 중앙당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경선(競選) 흥행,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통해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려는 고육책이다. 그 이면엔 '원희룡 바람'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도지사는 물론 도의원 등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우근민 지사의 거취도 또 다른 변수(變數)다. 향후 우 지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직을 유지한 채 같은 당 소속의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거나 탈당 후 출마, 그리고 조건 없는 불출마(不出馬) 선언이다. 일부 측근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고 있지만 작금의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 지사의 고민이 점점 깊어져 가는 이유다.
현재의 분위기를 보면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가 기선(機先)을 잡은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자칫 순간의 방심과 실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게 선거다. 더욱이 여·야 맞대결로 치달을 경우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반근착절(盤根錯節)은 뒤얽힌 뿌리와 엉클어진 마디를 말한다. 다른 의미로는 세력이 단단히 뿌리박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도 갖고 있다. 이를 풀어나갈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50여일 남은 선거기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