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중문초콜릿랜드 민경훈 대표

[제주愛 빠지다]중문초콜릿랜드 민경훈 대표
제주서 달콤한 '초콜릿 사랑'에 빠진 중년
  • 입력 : 2014. 07.18(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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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랜드 민경훈대표가 초콜릿으로 직접 만든 제주돌담과 조랑말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초콜릿랜드가 있다. 강경민기자

커피사업 준비하다 좌절 초콜릿으로 재기
은퇴후 제주살이 꿈꾸는 선후배들엔 멘토
'초콜릿으로 그린그림'노하우 가져 자긍심

"처음 초콜릿 사업을 준비할때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초콜릿'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제 인생에 '초콜릿'은 가장 멋진 단어 임에 틀림없습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가면 초콜릿을 테마로한 박물관 '초콜릿랜드'가 있다. 이곳은 민경훈(54) 대표가 지난 2009년 문을 열었다.

민 대표가 제주에 온 것은 1995년 5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제주근무를 지원했다. IMF를 거치면서 2002년 퇴직을 한 그는 당시 '이민'과 '제주살이'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제주를 선택했다.

그는 이후 제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미국 커피 본토인 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전문점을 제주에서 준비했지만 큰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그는 커피와 함께 먹었던 초콜릿 맛을 잊지 못했고 야심차게 '세계 최초 초콜릿 아티스트'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꾼다. 그렇게 그는 오랜 준비끝에 2009년 '초콜릿랜드'문을 열게 됐다. 이곳은 그저그런 초콜릿만 전시·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의 발품과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공간이다.

1년 이상의 공사기간과 태풍으로 피해를 보기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수많은 실험과 도전끝에 초콜릿을 녹여서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품을 탄생시켰고 그의 작품들을 모아 갤러리를 꾸몄다. 더운 날씨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오랫동안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초콜릿 그림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이뿐 아니라 초콜릿을 이용해 만든 조각품 200여 점이 전시됐다. 초콜릿 체험장에서는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데 어린이들은 물론 연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민 대표가 제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주에 오고싶어하는 친구와 선후배들의 '멘토'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는 "요즘 서울에 있는 선후배와 친구들이 종종 연락해 옵니다. 이것저것을 알려주는데 아내는 '자기일을 돌보지 않고 남일만 신경쓴다'며 잔소리를 하기도 하죠. 오지랍이 넓어서 그런 모양"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20년 가까운 제주살이를 되돌아 보면 '화려함'도 있었지만 힘든 시간도 적지 않았다. 그 힘든 시절 가족들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아내는 도전정신이 넘치는(?) 그의 옆에서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이것저것을 챙겨주는 '든든한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제주의 매력에 이끌려 살게 됐다고 하지만 저는 우연히 제주에 왔다가 정들어 살게된 경우죠. 요즘 40~50대의 제주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도 '환상'만 갖고 와서는 절대 안됩니다." 달콤한 초콜릿으로 제주에 안착한 그의 '쓰지만 약이 되는'충고가 더 묵직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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