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27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과 관련된 주민 녹취록 등을 추가 공개했다. 지난 24일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유 전 회장 변사체의 발견시점이 세월호 참사보다도 먼저'라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 공개에 이어 두번째 의혹(疑惑) 제기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는 믿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변사체가 발견된 지점이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민가와 고추밭 인근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 개가 짖거나 까마귀가 오지 않았으며 사체(死體) 부패에 따른 냄새도 나지 않았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유병언 사망과 관련해 여전히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과수(國科搜)의 발표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이같은 의혹을 재차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차 의혹이 '발견 시점'에 방점을 찍었다면 2차는 '발견 지점'이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개가 짖지 않거나 까마귀가 오지 않은 게 어떤 결정적인 단서가 될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각종 '음모론'이 나도는 가운데 1차 녹취록 공개에 이어 또다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란 일각의 비판도 있다.
음모론(陰謀論)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빛을 발한다.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그 속엔 자기 가설(假說)에 부합하는 사실만 채택하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리는 심리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긍정적 피드백 현상'이라고 말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를 한바탕 뒤흔든 사건의 뒤안엔 그럴싸한 '음모론'이 존재한다. 인터넷 검색엔진의 대명사인 구글을 보면 가장 인기를 끄는 '세계 10대 음모론'이 나온다.
이를 소개하면 9·11테러 미국정부 자작설을 비롯해 엘비스 생존설(生存說)과 아폴로 11호 달착륙 연출설이 있다. 또 셰익스피어 가공 인물설과 존 F 케네디 암살 배후설 등도 그 명단에 올랐다. 특히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CIA 및 KGB, 마피아가 단골로 등장하더니 최근엔 '케네디 암살배후엔 쿠바가 있다'는 설로 진화했다.
유병언 사망과 관련 우후죽순(雨後竹筍)식 음모론이 유포되는 기저엔 무능하고 무기력한 검·경이 자리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국과수의 부검결과 발표는 의혹 해소는 커녕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TV를 통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과수는 "DNA 등 대조 결과 시신은 유병언이 100%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간여의 브리핑 끝에 남은 건 "사인(死因)은 판명불가"라는 결론 뿐이었다.
자고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뜻으로, 논어 안연편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이다. 공자는 정치적 핵심요소로 '식량을 충족시키는 것, 병기를 충분하게 하는 것,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足食足兵 民信之矣)'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백성들의 신뢰였다.
지금 유병언을 둘러싼 각종 유언비어나 음모론도 '무신불립'의 소산이다. '과학적 근거'를 내세운 국과수가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국민들의 '심증'을 이겨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권이 그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