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지훈 제주시장은 이제 스스로 결단(決斷)을 내려야 한다. 그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자신을 발탁한 원희룡 도정(道政)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
물론 이 시장의 소회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는 제주도감사위원회의 특별조사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지나온 삶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것 같아 참담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사인(私人)이 아니라 공인(公人)이다. 그러기에 그에 걸맞는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이지훈 시장을 둘러싼 특혜·불법 의혹과 관련 지난달 14일 특별조사에 들어가 3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위 발표를 보면 주택 지하층 불법 증축을 비롯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비자림 공공용 상수도 특혜(特惠) 공급 등 8개 사항에 대한 위법·부당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된 공무원 7명에 대해서는 중징계(1명)와 경징계(2명), 인사통보 등의 징계조치가 내려졌다. 모두가 이지훈 시장이 재직하는 제주시 산하 공무원들이다. 감사위는 이 시장이 행위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형사상 고발대상이 될 수 없어 신분상 처분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공무원이었을 경우 중징계(파면·해임·정직·강등)에 해당된다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시장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지훈 시장은 같은 날 "제주시민께 다시 한번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두가 저의 잘못이며, 저의 과오(過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정(市政)에 임해 나가겠다"고 밝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접한 시중의 여론은 대체로 냉랭한 편이다. 포문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먼저 열였다. 구 의장은 지난 1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빌려 "공직자는 스스로 떠나야 할 때를 알 때가 가장 멋있어 보인다"며 시장직 사퇴(辭退)를 간접적으로 종용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도 "일반시민이 아닌 제주시장으로서 시민과 공직자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이 시장을 압박했다. 특히 노동당 제주도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약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도민의 공분(公憤)을 모아 이 시장을 시장직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며 사퇴를 몰아붙였다.
필자는 이 시장과 대학생활을 같이한 바 있다. 그는 대학시절 명석한 두뇌와 빠른 판단력으로 학생운동을 주도 독재(獨裁)에 항거했다. 졸업 후에는 시민운동에 매진하며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 역할을 다했었다. 민선6기 첫 제주시장에 발탁된 것도 이런 이력과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에겐 시장으로서 45만 제주시민들과 함께 공직사회를 포함 제주사회를 혁신(革新)하고자 하는 부푼 꿈도 있었을 터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거치며 '도덕성과 명분'을 잃어버림으로써 그 꿈을 실천하고 이룰 원동력(原動力)을 상실했다.
이지훈 시장이 밝힌 것처럼 '지난 삶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면 구차스럽기도 하거니와 '마지막 자존심(自尊心)'까지 구겨질 공산이 크다. 이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스스로가 '결단'을 내릴 때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