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성자(聖者)'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의 방한은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문에 이어 25년 만이다. 그간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로 세상의 매듭을 풀어 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황은 한국에 있는 동안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諡福) 미사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등의 행사에 참석한다. 또 청와대 및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파격(破格)적이고 소탈한 행보로 늘 화제가 되곤 했다. 다운증후군 환자를 교황의 의전차량에 태우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유전병환자를 진하게 포옹하는가 하면 무슬림 여인의 발에도 거침없이 입을 맞추었다. 요르단을 방문했을 때는 국왕의 만찬 초청을 마다하고 시리아 난민(難民)들과 시간을 보냈다.
교황은 항상 세상에서 소외되고 그늘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평생 가난한 이에게 헌신했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닮겠다는 의지를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교황의 이같은 행보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번 방문에서 교황은 장애인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과 두루 만나 사회 통합과 치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교황이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온 몸에 받고 있는 것도 '권위(權威)'를 내려놓고 '낮은 데로 임하는 삶'에 기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과 말은 지극히 평범하게 드러나지만 그 속엔 현실을 꿰뚫는 혜안(慧眼)과 진정성이 담겨 있다. 그런 교황이 최근 아르헨티나의 주간지 '비바'와의 인터뷰에서 10가지 행복 비결을 제시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고 전한다.
언론들이 명명(命名)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幸福)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①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라 ②관대해져라 ③겸손하고 느릿한 삶을 살아라 ④삶에 여유를 찾자 ⑤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⑥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줘라 ⑦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하자 ⑧부정적인 태도를 버려라 ⑨자신의 신념·종교를 강요하지 말라 ⑩평화를 위해 행동하자.
교황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살되 남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보다 열린 자세로 타인의 삶을 존중하자는 의미다. 교황은 또 사회에 만연한 소비주의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건강한 여가문화를 앗아갔다고 주장한다. 바쁘고 어렵지만 반드시 시간을 내어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식사 때는 꼭 TV를 끄고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다.
교황은 사회적 의제(議題)에도 많은 관심을 갖길 원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가치있는 일자리 창출, 자연을 존중하고 돌보며 평화를 위해 우렁차게 행동하자는 호소가 그 범주에 속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임지가 '2013년 올해의 인물'로, 포춘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광대한 지지 저변을 갖고 있는 이른바 '슈퍼스타'다. 사람들은 그의 '어록(語錄)'에 열광하지만 교황이 바라는 것은 얼마 안가 사그라질 관심이 아니다. 우리들의 '행복'도 스스로가 어떻게 실천(實踐)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아마 교황의 가르침일 것이다. '비바! 프란치스코'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