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 대화를 나눴다. 서울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다. 이날 원 지사가 밝힌 현안은 제주공항 문제를 비롯 복합리조트 및 외국인 전용 카지노, 외국인 투자 영리병원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제주공항 포화와 관련 원 지사는 정부가 예측을 잘못함으로써 공항인프라 확충 등에 소홀한 결과 지금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당초 정부는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통해 제주공항 포화시기를 2025년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에 의하면 제주공항이 포화(飽和)에 이르는 시기는 무려 7년이나 앞당겨진 2018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4년 뒤의 일로 다가온 것이다.
이와 관련 원 지사는 '확장보다 신공항 건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를 감안할 때 기껏 확장하더라도 10년 이내에 또 다시 확장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본질(本質)은 잘 짚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다. 기존공항 확장이든, 신공항 건설이든 최소 7~10년이 걸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4년 앞으로 다가온 공항 포화에 대한 대책이지만 현재로선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원희룡 지사가 밝힌 또 다른 현안은 복합리조트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및 외국인 투자 영리병원이다. 모두가 논란을 불러 일으킬 민감한 사안들이다. 때문에 원 지사도 이들 문제에 '원론(原論)'적인 입장만 피력하고 있다.
우선 최근 발표된 정부의 '복합리조트 원스톱 지원' 방침과 관련 원 지사는 "정부와 제주도정간 시각차(差)는 없다"고 단언했다. 공식적인 합의는 아니지만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고도 힘주어 강조했다. 세간의 '엇박자' 우려에 대한 답인 셈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관련해서는 "국제적 수준으로 관리기준을 정립하고 제대로운 감독기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옥석(玉石)을 가리겠다는 뜻이다.
논란이 큰 영리병원에 대해선 "특별법에 명시된 제도 자체를 없던 것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고 외국인 영리병원도 제대로 된 곳이라면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도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찾겠다고 에둘러 강조했다.
작금의 원희룡 지사를 보면 '고군분투(孤軍奮鬪)' 그 자체다. 하지만 혼자서는 결코 멀리 날 수가 없다.
몇 만 ㎞를 이동하는 기러기의 경우를 보자. 따뜻한 남쪽나라를 향해 떠나는 기러기는 혼자 날지 않는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머나먼 여행길에 나선다. 가장 앞에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에 양력(揚力)을 만들고 바람의 저항을 막아 뒤에 따라오는 동료가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은 먼 길을 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며 리더를 응원한다. 앞의 기러기가 지치면 뒤로 붙고 바로 뒤에 있던 기러기가 앞으로 나오면서 끝까지 함께 간다. 폭풍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곳을 뚫고 날아가며 힘든 여정을 이겨내는 힘의 원천이다. 혼자서는 아무도 가지 못하지만 함께라면 모두가 갈 수 있음을 기러기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 지사가 강조하는 협치(協治)도 '기러기의 비행(飛行)'을 닮아야 한다. '더 큰 제주' 역시 혼자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갈 때 가능한 법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