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린 시절 교과서에도 실린 '상록수(常綠樹)'는 심훈의 장편소설이다. 농촌을 되살리려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계몽운동을 주제로 일제(日帝) 강점기 민족주의를 고취시켰다. 지금은 친일파로 몰린 이광수의 '흙'과 더불어 한국 농촌소설의 쌍벽을 이뤘던 작품이다.
사단법인 한국상록회는 심훈 선생의 민족계몽운동과 남궁억 선생의 나라사랑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0년 태동(胎動)됐다. 1986년 윤일선 서울대 초대 총장을 필두로 국가와 민족에 헌신·봉사하며 올곧은 삶을 살아온 사회원로를 '인간상록수'로 추대하고 있다.
시인인 고은 선생(2012년)에 이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3)이 이달 24일 제21회 인간상록수로 추대됐다. 이 회장은 지난 40여년간 임대주택건설 사업을 통해 국민 주거여건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국내외 사회공헌을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상록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국의 대학 및 고등학교에 기숙사와 도서관 등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시설은 물론 노인정과 보건소 등의 사회복지시설을 포함 150여 곳을 신축 기증했다. 특히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타(他)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경을 뛰어 넘어 아시아·태평양 14개국 초등학교 600여 곳에 디지털 피아노 6만여대, 교육용 칠판 60만 여개를 기증했다. 또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에는 태권도훈련센터를 건립 지원했고, '우정교육문화재단'을 통해 아시아·아프리카 13개국 대학생들에게 5년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유엔 해비타트(HABITAT·인간정주위원회)에 300만 달러(약 31억원) 지원 등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고 민간인으로서 국가간 교류 증진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이같은 저변엔 힘겹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이중근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 회장은 대학(건국대 정치외교학과 60학번)에 진학하기 이전까지 줄곧 고향인 순천에서 살았고 자랐다.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달리 35세의 젊은 나이에 삼신엔지니어링으로 건설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줄곧 한 우물을 파며 1983년 부영주택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 재계 서열 22위(공기업 제외)인 굴지의 부영그룹을 일궈냈다. '근면과 성실, 뚝심 경영'이 이뤄낸 결과였다. 그 속엔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내일에의 희망과 미래의 가치에 도전한 이중근 회장의 인생 역정(歷程)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이 전문분야인 건설업을 제외하고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바로 교육 지원과 육영사업이다. 그러기에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란 신념을 지금도 줄기차게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제주지역에 자신의 아호인 '우정(宇庭)'을 딴 다목적 기숙사 우정학사를 여러 학교(서귀고·제주일고·오현고·서귀포여고 등)에 지어 헌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간혹 제기되는 각종 비판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언젠가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는 탓일 터다. 그의 아호(雅號)인 '우정'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우주정원(宇宙庭園)'이다. 아마도 보다 넓은 뜰에서 꽃밭을 가꾸겠다는 뜻이리라 생각된다. 상록수는 늘 푸른 나무다. '인간상록수'로 추대된 이중근 회장이 '늘 푸른 우리사회'의 초석(礎石)이 되었으면 한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