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歌客 이동원의 '닐모리 동동'

[김계춘 칼럼]歌客 이동원의 '닐모리 동동'
  • 입력 : 2014. 10.07(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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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포말이 밤안개가 되어 흩날리던 제주시 탑동 바닷가. 탐라문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5일 저녁, 주무대인 탑동광장에선 이동원의 호소력 짙은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가을의 음유시인'이란 별칭에 걸맞게 그의 노래는 '향수'와 '가을편지', 그리고 '봄날은 간다'로 이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이동원이 말문을 열었다. 불과 일주일 전 새로운 곡을 만들었는데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초연(初演)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곡명은 '닐모리 동동'. 닐모리 동동은 제주사투리인 '닐모리(내일 모레)'와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동동'의 합성어다. 노랫말은 제주 오승철 시인이 작시(作詩)해 줬다고 덧붙였다. 작곡은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와 이동원의 '이별 노래' 등 불후의 명곡을 탄생시킨 최종혁 선생이 담당했다고 한다.

노래가 시작됐다. 처음 듣는 노래이건만 심금을 울리며 애잔하게 다가왔다. 가만히 들어보니 노랫말 속에는 제주사람들의 애틋한 사연과 서글픈 역사가 담겨 있었다.

가사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닐모리 동동 닐모리 동동/동백꽃 피어도 닐모리 동동 삘기꽃 피어도 닐모리 동동/돌아올 기약도 없이 현해탄 건너간 사람/그대 내 입술 끝에 묻어있는 그리움/파도치는 그리움/물숨 참 듯 삼키고 울어라 갈매기야 숨비소리로 울어라/호오이~호오이~호오이~"

"잠들지 못하는 한라산에 봄은 다시 오는데/테왁을 띄운 바다에 봄은 다시 오는데/내 먼저 저문다 해도 내일 모레 돌아오리라/발 동동 가슴도 동동 닐모리 동동~" 이동원은 이를 처연하면서도 담담하게 읊조렸다. 역시 그는 '영원한 가객(歌客)'이었다.

연이 닿아 공연 후 뒤풀이에 함께 참석했다. 서부두 방파제 '금보식당'의 뒤풀이에는 이동원과 그의 절친(切親)인 이상철 선생(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장), 강창화 제주예총 회장과 오승철 시인, 이날 진행을 맡았던 방송인 오미연씨 등이 같이 했다.

화제의 초점은 '닐모리 동동'의 탄생 배경에 쏠렸다. 이상철 선생이 운을 뗐다. 지난 6월 열린 제주평화예술제 공연(이동원)을 마친 후 비행기 시간이 남아 용담동 해안변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 함께 들렀다 한다. 그 카페 이름이 바로 '닐모리 동동'이었다.

간판을 보자마자 이동원이 그 뜻을 물었다. 여차여차의 설명에 이동원은 '음악적 필(feel)'이 온다며 이를 주제로 꼭 노래를 만들고 싶어 했다. 친구의 요청은 제주문화계 마당발인 이상철 선생을 통해 오승철 시인에게로 전해졌고 오 시인은 한 달여의 산고(産苦) 끝에 '닐모리 동동'을 세상에 내놓았다.

술 한잔의 취기에 이동원이 다시 기타 연주로 '닐모리 동동'을 불렀다. 그런데 어딘가 어색했다. 문제는 '현해탄(玄海灘)'이었다. 제주도민들의 애환이 서린 '현해탄에 갇혀' 노래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오 시인이 즉각 해답을 내놨다. 현해탄을 '물마루'로 고친 것. 물마루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수평선의 한 부분을 말한다. 노래는 곧바로 물 흐르듯 이어졌고 좌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탑동의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동원의 노랫말은 시(詩)를 모태로 한 게 많다. 향수(정지용)와 가을편지(고은), 이별 노래(정호승)가 그렇다. '닐모리 동동' 또한 '가객'의 풍부한 감성과 새로운 해석 아래 제주를 대표하는 명곡(名曲)으로 거듭 태어났으면 한다. 닐모리 동동~!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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