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짓는 두근거림

한 권의 책을 짓는 두근거림
박혜상 글·그림 '책 요정 초초'
  • 입력 : 2014. 11.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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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숲 속, 오래된 나무 구멍 속으로 작은 불빛이 하나 보인다. 누가 있는 걸까. '책 주문받습니다'라는 낡은 종이 간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나무 기둥엔 주문장 하나가 붙어 있다. 바로 주문을 받아 책을 만드는 요정이 사는 공간이다.

박혜상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 요정 초초'는 요정의 책 공방으로 아이들을 이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우리가 사는 집의 어느 구석진 곳에, 우리가 늘 산책하는 어느 공원에, 우리가 사는 숲 속 어딘가에 이런 요정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을 건네는 책이다.

아직 잠이 덜 깬 잠꾸러기 요정 초초. 요정의 방 이층 침대 한쪽 옆에는 부엉이 시계가 있고 나뭇잎 주문장이 줄줄이 걸려 있다. 바닥엔 폭신한 이끼가 깔려있고 실이 둘둘 말린 실패와 두루마리 종이 꾸러미, 빼곡히 꽂혀있는 작고 낡은 책들이 보인다.

그림책은 한밤중 열두 시부터 날이 밝기 전까지 요정이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을 포착해냈다. 주문장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장화 신은 돼지 책을 만들어 주세요."

초초는 서둘러 책 창고로 내려가 장화와 구두, 고양이가 나오는 책을 몽땅 찾아 가져온다. 앞치마를 두르고 책에 쌓인 먼지를 턴다. 초초가 가져온 책 속에서 아기돼지 하나가 쏙 고개를 내민다. 아기돼지 둘이 뒤따르고 나서 구두장이 요정과 장화 신은 고양이가 합세한다. 초초네 나무집이 들썩거린다. 이때부터 책 요정 초초가 책을 만드는 과정은 축제가 된다.

요정이 사는 공간은 나무와 흙, 이끼를 발라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다. 등장인물들은 점토와 종이로 빚어냈다. 요정이 쓰는 잉크병, 연필, 낡은 가위, 재봉틀과 실패, 종이로 만든 귀여운 아기돼지와 작은 책까지 아기자기한 소품도 배치됐다. 거기에 잘 연출된 빛이 비쳐든다. 무생물에 숨결을 불어넣은 요정의 책 공방을 눈으로, 귀로,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사계절.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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