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4)잘 들리지가 않아요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4)잘 들리지가 않아요
  • 입력 : 2015. 01.30(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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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난청은 주로 양측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양측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난청을 오래 방치하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나이들며 청력 변화와 언어 이해력 떨어진다면…
방치시 주변 의존도 높아져 삶의 질 저하
발병원인 당뇨·심혈관계 질환 관련 높아
보청기로 재활하거나 중이이식수술 등

갖가지 각종 소음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환경과 고령 인구의 증가로 난청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전음성 및 감각신경성 난청' 진료인원은 2008년 22만2000명에서 2013년 28만2000명으로 26.7%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13년 기준 60대 이상(44.5%) 환자가 가장 많았고, 50대(17.1%)·40대(11.5%) 등에서도 적지 않았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를 따져도 80대 이상(2017명)·70대(1907명)·60대(1184명) 등 고령층에서 환자가 흔하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드문 경향을 보였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세형 교수의 협조로 노인성 난청에 대해 알아본다.

<김세형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노인성 난청이란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에 의해 청력의 감소가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포괄하는 진단이다. 여자보다 남자에서 발생률이 높으며, 한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40%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 청력의 저하와 함께 난청에 따른 소음 환경에서의 언어 이해력 감소, 청각자극에 대한 중추신경계 처리의 지연, 소리의 위치파악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노화에 의해 유발되는 여러 질환들은 개개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서 발생하게 되고, 그들의 연령사회에서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질환의 불편함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그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적절한 재활 없이 방치될 경우 노인들에게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 의사소통에 장애, 사회적 고립, 삶의 질 저하, 자신감의 결여와 함께 심한 우울감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게 되고,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결국 이들의 지원을 위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게 될 뿐 아니라,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노인성 치매의 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노인성 난청 환자들의 두 가지 임상적 특징은 청력의 변화와 언어 이해력의 저하이다. 실제로 일부 노인성 난청 환자의 경우 천천히 이야기를 했을 때는 듣고 이해할 수 있다. 노인들의 인지가 느려져 노인성 난청의 증상을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즉 연령에 따른 언어 이해의 변화는 청력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노인성 난청 진행과 무관하게 주의력과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의 저하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노인성 난청은 대부분 양측성이고 주로 고주파 영역의 난청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무성자음 (ㅅ, ㅊ, ㅋ, ㅌ, ㅍ, f, k, p, s, ch)의 지각에 영향을 미쳐 대화 중 언어 이해력이 감소하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호소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질환이 더 진행되면 난청은 모든 주파수 영역을 침범하게 되고, 특히 언어 명료도의 심각한 결손이 발생한다. 노인성 난청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난청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본인의 청력감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가족들에게 보청기 사용을 권유 받아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진단은 청력검사를 통해 65세 이상의 연령에서 양측의 대칭적인 감각신경성난청이 있으며, 그 역치가 40dB 이상일 때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된다. 외상, 이독성 약물, 귀의 질환, 소음에의 노출, 귀 수술의 과거력이 없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편 난청환자들은 대인 관계에서 의사소통에도 장애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일상 생활 능력의 소실, 정신질환, 우울, 사회적 고립, 심한 경우 우울증 및 피해망상의 발생률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를 선별하고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해 중추청각처리장애와 정신장애에 대한 검사를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발병원인으로는 당뇨와 심혈관계 질환이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소음은 물론 외상, 음주, 흡연, 이독성 약물, 화학물질, 만성신부전의 병력 등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성 난청에서는 예방 및 진행의 억제가 중요하다. 소음노출이 난청의 발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능하면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게 하며, 당뇨와 같은 다른 전신질환이 청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엽산 및 오메가-3 지방산 섭취 또한 청력저하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는 조기에 노인성 난청을 유도할 수 있어 당뇨 환자는 선별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난청의 예방에 중요하다.

노인성 난청 치료의 첫 번째 재활방법은 보청기 사용이다. 이 경우 가격 대비 효율을 고려한 적절한 보청기의 선택과 개개인의 청력에 따른 정확한 개인별 맞춤 과정이 필요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양측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양측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 최신 치료로 중이이식 수술과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적합한 수술 대상이 되는지 전문가와의 자세한 상담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핸드폰과 블루투스 장치의 연결, 컴퓨터와 보청기 간의 무선 연결 통신, 외부 오디오 장치들과의 무선 데이터 전송(FM 시스템)을 통해 주위 환경 소음의 방해를 덜 받으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세형 교수는 "정확한 청력평가로 난청을 조기에 진단하고 이에 적합한 예방과 재활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환자들도 현 증상을 이해하고 치료에 대한 의욕을 가짐으로써 청각재활을 통해 적극적 동기를 갖고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것이 성공적인 노인성 난청 치료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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