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종휴 선생 기념사업을 위한 심포지엄

[기획]부종휴 선생 기념사업을 위한 심포지엄
"제주가치 발굴한 선각자 예우 없어… 역사적 기념사업 돼야"
  • 입력 : 2015. 02.04(수)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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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부종휴 선생 기념사업을 위한 심포지엄'에는 꼬마탐험대와 부 선생의 유족, 해설사 등이 참석, 기념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경민기자

[주제발표·특별강연]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설정·국립공원 지정 견인차 역할
만장굴·빌레못 등 동굴탐험에도 한평생 헌신한 선구자
교육자·식물학자·음악인·산악인 등으로도 걸출한 업적

고정군 박사

"부종휴 선생은 이미 한라산을 국제적 수준의 가치로 내다봤던 선각자이자, 한평생 한라산을 사랑했던 분이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부종휴 선생 기념사업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고정군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박사는 부종휴 선생의 업적을 한라산 탐사, 식물 연구, 동굴 탐사,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국립공원 지정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군 박사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국립공원 지정과 관련해 "1964년 제주도지에 밝힌 기록으로 보아 부 선생은 지금의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한 한라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 선생은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본도는 관광, 민속, 학술자원 등의 풍부함과 고유성으로 봐도 능히 국제적 수준에 위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했다.

고 박사는 부 선생이 이 같은 한라산의 가치를 연구하기 위해 한평생 한라산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갔다고 전했다. 그 예로 1974년 5월 12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 선생은 "식물을 뒤지면서 30년간 제주 섬을 돌기를 700여회, 정원 나들듯 한라산을 오르내리기를 지난 1974년 4월 15일로 298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1979년 제주도지(誌)에서는 "나는 식물을 연구하다보니 과거에는 산에서 살다시피 했고, 한라산 정상까지만 365회의 등산기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박사는 "'구좌읍 세화리에 거주 하던 때 걸어서 세화리-송당-교래리를 거쳐 성널폭포에 갔다'는 기록을 토대로 당시 부종휴 선생이 지금의 탐방로에 비해 아주 먼 코스로 한라산을 오르내렸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고 박사는 또 부 선생이 그 당시 이미 현재의 제주자생식물종 대부분을 연구했다고 강조했다. 1963년 제주도(제12호)지에서 '한라산은 그 식물의 수로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의 어느 산보다도 가장 많은 1800에 가까운 식물이 난·온·한대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하다'고 했다. 고 박사는 "현재 제주지역 식물종은 외래종 250여종을 포함해 2000여종으로, 결국 선생이 밝힌 종의 수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1973년 제주도 문화재 및 유적 종합조사보고서에서 '1962년 이후 박만규 교수와 필자는 계속 한라산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찾아왔고 또 원산지설을 주장하고 있다'는 기록에 비춰 부 선생이 왕벚나무의 한라산 자생지설에 학술적 기여를 했다.

고 박사는 동굴 탐사와 관련, "만장굴의 경우 제5차 탐사 때 굴의 끝 지점으로 추정되는 '만쟁이거멀'을 최종 확인, 동굴 명칭을 만장굴이라 명명했다"며 "선생의 1969년 빌레못굴 발견 이후 1984년 천연기념물 제342호로 지정됐고, 굴에서 발견된 고대 유적과 유물은 선생의 관심을 고고학에까지 넓히는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기선 대표

이에 앞서 문기선 전 제주대학교 교수(무벽산방조형관 대표)는 '부종휴 선생과 나'를 주제한 강연에서 "부종휴 선생은 기인이자 수재, 교육자, 식물학자, 음악가, 동굴탐험가, 사진작가, 산악인으로서 걸출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부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전 교수는 부 선생의 제자이기도 하다.



[지정토론 요지]

"그동안 숱한 조명에도 기념사업 등 흐지부지
제주도정 중심 제도권서 기념사업 추진해야"

이날 심포지엄에는 부종휴 선생의 유족으로 부명제·부성자씨와 꼬마탐험대원 등을 비롯해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손유원 부의장, 오대익 교육위원장, 김광수 교육의원, 강성균 교육의원, 김태석 의원, 부공남 의원, 이상봉 의원, 김동욱 의원, 홍경희 의원, 고태순 의원, 박정하 제주도 정부부지사, 홍민식 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 오승익 도의회 사무처장, 김천석 제주생태문화해설사협회장, 부연배 세계자연유산 제주해설사회장, 김용하 제주지질공원해설사협회장, 신현기 ㈜인하테크 대표, 김영훈 전 도의회 의장, 제주출신 한철용 예비역 육군소장 등이 참석했다.

▶강만생=부종휴 선생은 천재적 재능이 있었다. 다소 뒤늦게 이런 평가를 받는 게 아쉽다. 자연유산이 등재되면서 선생에 대해 높은 평가가 있었다. 아울러 꼬마탐험대분들이 아직 생존해 계셔서 선생의 업적을 기릴 수 있게 됐다. 심포지엄을 계기로 새로운 재평가와 업적을 기릴 수 있길 기원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기념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으면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한 자리다.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란다.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토론보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다. 2004년부터 거론돼 왔지만 지금까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번을 계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길 기대한다.

▶김두전=만장굴 탐험 당시 종점(끝) 없이 무작정 발길을 내딛었다. 솔직히 공포의 연속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한 초인적인 탐험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올해로 선생이 돌아가신지 35년이 됐다. 현재 탐험대원 5명이 살아 있다. 이제 얼마 없으면 우리의 이야기는 '전설'이 된다. 죽고 나면 의미가 퇴색해 버릴 수 있다. 지금 만장굴 관람실에 사진 하나 걸어 놓은 게 다다. 행정당국에서 적극적인 관심 보여야 한다. 생존한 탐험대 모두 고령이다. 이제 한계선에 와 있다. 탐험은 우리에서 마치고 그 다음은 만장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김찬수=부종휴 선생은 마지막 시기에 모든 것을 나한테 쏟아 부었다. 석주명 선생에 대해서는 동상도 만들고 석주명 길도 있다. 제주의 순수 출신으로서 선각자의 길, 가시밭길을 걸었던 분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학적 결과로서 바로 왕벚나무다. 올해 4월 왕벚나무 연구자들이 제주도에 모여 축하 행사를 갖는다. 더불어 부종휴 선생의 업적 중 저평가된 분야가 자연보호 관련이다. 중요한 사례가 있다. 1962년 경향신문에 한라산의 천연 원시림이 깎인다는 기사가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안 남기고 벌채를 해 해송을 심는다는 것이었다. 이때 부종휴 선생이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폈다.

▶김상철=밤새 빌레못굴 답사를 했다. 끝나면 걸어서 곽지까지 갔다. 원래 약주를 잘 못했지만, 술을 드시는 날엔 어리목까지 걸어서 간 적도 있다. 그 만큼 한라산을 너무나 사랑했다. 20여 년 전 부종휴 선생의 사업비를 만들어보자 해서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자연으로 훨훨 날아다니는 선생님이 낫다 싶어 그만 뒀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죄인의 심정이다.



▶강시영=부종휴 기념사업은 공론화를 반복하면서 번번이 무산돼 왔다. 부종휴 선생의 기념사업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와 기념사업회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전폭적인 예산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라산과 동굴 박사, 부종휴'의 육신은 갔지만 그의 정신과 열정은 한라산과 제주 구석구석에 남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 부종휴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홍경희=심포지엄이 의회에서 열리게 됨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꼬마탐험대원과 간담회도 하고 지사에게 건의도 했다. 부종휴 선생의 업적이 도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제도권에서 노력해야 한다. 오늘을 계기로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념사업회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방면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정신이 하루속히 재조명 돼 역사적인 기념사업으로 시급히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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