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장애인의 날 장한어버이상 수상한 고계출씨

[한라人터뷰]장애인의 날 장한어버이상 수상한 고계출씨
"평생 함께할 천사..아프지만 않길 바라죠"
  • 입력 : 2015. 04.21(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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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주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한어버이 대상을 수상한 고계출씨는 "대단한 일을 한게 아니라 쑥쓰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경민기자

"남편 세상 떠난 뒤 홀로 장애 자녀 돌봐
옆을 잘 지켜주는 것 평생 놓을 수 없어
한가지 바람은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

고계출(52·제주시) 씨에게 막내딸 민희는'아픈 손가락'이다. 딸이 태어난 지 6개월쯤 됐을 때부터 고씨는 수없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혹시 또 다치지는 않을까, 이러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 경련과 발작은 민희의 성장을 방해했다.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 됐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 걸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 그런 민희가 2년 전 제주영송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고씨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러한 점이 높이 평가돼 고씨는 20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35주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한어버이 대상을 받았다. 고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 쑥스럽다"면서도 "그동안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민희의 정확한 병명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발작과 발달장애·정신지체를 동반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식이요법, 뇌수술 등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꾸준한 약물 치료와 옆을 잘 지켜주는 것, 고씨가 평생 놓을 수 없는 것이다.

"3일 전에도 아이가 크게 다쳤어요. 갑자기 발작을 하는 바람에 턱 아래가 10바늘 정도 꼬매야 할 정도로 찢어졌죠. 제 옆에 아이가 없을 때는 전화기를 꼭 붙들게 됩니다. 언제 다칠 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게 돼죠."

힘을 보태주던 남편의 빈자리는 컸다. 간암 진단을 받은 남편은 10년 동안 투병을 하다 8년 전 세상을 떠났다. 고씨가 홀로 민희를 키우는 게 걱정됐던 주위에서는 "아이를 시설에 맡기라"고 제안할 정도였다.

그래도 두 아이가 있어 큰 힘이 됐다. 민희 위로 2~3살 터울의 언니, 오빠가 고씨를 도왔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기도 했을 텐데 엄마가 없을 때면 민희를 돌보는 건 나머지 아이들 몫이었어요. 큰 딸은 민희 때문인지 영지학교 교사가 됐고, 아들은 이제 의젓한 대학생이죠. 아이들한테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와 두 남매의 정성에 민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혼자 밥을 먹지도, 의사소통을 할 수도 없지만 2년 전 무사히 영송학교를 졸업했다. "무엇을 배웠으면 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들었으면 한다"는 고씨의 마음이 담겼다.

'내 품에서 평생 함께 할 천사.' 엄마에게 민희는 이런 존재다. 떠올리면 눈물이 나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다. "민희가 더 이상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민희보다 하루라도 더 사는 거예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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