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다한디 배움학교' 엿보기]교사이야기

[창간특집/'다한디 배움학교' 엿보기]교사이야기
"'어떻게 하면 배움이 일어나게 할까?' 고민이 시작된거죠"
  • 입력 : 2015. 04.22(수)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올해 첫 발을 내딛은 제주형 자율학교 '다한디 배움학교'는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추구하는 공교육 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제주형 혁신학교'다. 납읍초, 무릉초·중, 수산초, 애월초, 종달초 등 다섯개 학교가 선정돼 지난 3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주도·민주적인 학습능력 배양을 위해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학교 형태다. 처음 시도되는 만큼 혁신에 대한 막연한 우려감과 제주 공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한 기대감이 상존하고 있다.

우려와 기대 속에 혁신학교의 시계추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혁신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교실의 한 주체인 담임교사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한디 배움학교'의 미래를 엿본다.

문경미 납읍초 교사 "교사는 지켜보고 들어주고 도와줄뿐"

▶내가 추구하는 수업혁신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다." 이것이 나에게는 다한디 배움학교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아이들 스스로에게서 배움이 일어나게 도와주는 교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한디배움학교 지정 한 달여 후 교실의 모습을 살펴본다. 아이들은 모르는 것을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가르쳐주며 서로 배운다. 수업시간은 아이들의 말로 가득 찬다. 독서기록장을 채우기 위해 책을 훑어보기만 하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아무런 조건과 후속활동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사인 나는 지켜보고 들어주고 도와줄 뿐이다.

▶'다한디 배움학교'가 미칠 영향

"선생님이 행복해야 교실이 달라진다."

우리 학교 곳곳에 붙어있는 말이다. 다한디 배움학교를 시작하며 담임교사의 업무를 최소화하고 교실 안에서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모두 함께 모여 의논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전교생 또는 몇 학년씩 모여 '다모임'을 한다. 아직은 변화의 모습들이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은 움직임에도 학부모들은 기대와 격려의 눈으로 학교를 바라본다. 다한디 배움학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특색교육이 아닌 교육주체가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교문화 안에서 함께 성장하며 제 빛깔을 찾아가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참된 혁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찬경 무릉초 교사 "교사와 학생의 온전한 만남, 행복해"

▶내가 추구하는 수업혁신은?

'혁신'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내 수업이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교육은 한마디로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고'의 반복이라고 하는데 그런 수업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업을 준비할 때 지금 가르치는 것이 나와 아이의 삶과 맞닿아 있는가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공부가 되려면 교과서에 있는 내용도 수준에 맞게 재구성해야 하고 때로는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 간 융합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로 요즘 우리 반은 가슴 뛰는 나의 꿈 찾기를 주제로 국어, 실과, 음악, 체육을 통합해 한 달간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다. 음악시간에는 꿈과 관련된 노래를 배우고, 국어시간엔 시로 표현해보기도 하며 각자 자기 삶에 의미 있는 배움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한디 배움학교'가 미칠 영향

다한디 배움학교에서의 둘째 날. 수업 중 활동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했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수업에 대해서만 온전히 몰입하고 고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게 이뤄졌다는 생각에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아마 모든 선생님들의 바람일 것이다. 다한디 배움학교가 제주교육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교사들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보내주는 것 아닐까. 대단한 교육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이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진희경 수산초 교사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는 것"

▶내가 추구하는 수업혁신은?

우리 학교가 다한디 배움학교로 지정되면서 나의 수업을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동료 교사들과 많은 수업 연구, 연수들을 접하면서 수업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학생 한명 한명을 배움의 주체로 인식해 그들의 배움에 주목하는 수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참다운 배움이 일어나고, 그 배움은 학생을 더욱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만의 수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인 나 자신도 배움의 즐거움을 진정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한디 배움학교'가 미칠 영향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과 성장을 중심에 두고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리 학교는 교사들의 행정업무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수업연구 시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설계된 수업은 교과서를 설명하는 방식과 지시적인 교사 중심의 수업을 넘어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게 한다. 학생들은 이같은 배움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 학교 가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이런 학교 내의 변화는 학부모들로 하여금 학교를 신뢰하고 교사들은 자기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우리 사회가 바라는 교육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한경희 애월초 교사 "수업이 중심… 교사들의 진정한 역할 되찾아줘"

▶내가 추구하는 수업혁신은?

지금까지의 수업은 교사가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를 고민했다. 수업을 바라보는 많은 전문가들도 교사의 교수행위에 포커스를 맞췄고 실제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교사들도 잘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친다고 가르쳐도 '아이들에게서 배움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잘 가르친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까? 수업혁신은 수업 속에서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사 혼자서 자기 수업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동료교사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수업 안에서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게 할까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혁신학교 수업혁신의 출발이다.

▶'다한디 배움학교'가 미칠 영향

"선생님, 수업만 고민하다 보니 수업이 너무 어려운 거였네요." 다한디 배움학교를 시작한지 1주일 쯤 지난 어느 날 동료교사가 한 말이다. 여기에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공감을 표한다. 그 동안 행정업무에 시달리며 정작 수업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교사들이 이제 행정업무 전담팀이 행정업무를 전담해서 처리해주니 진짜 수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학교를 행정업무가 중심이 아닌 교실 수업을 중심에 놓고 운영하려는 다한디 배움학교의 노력은 교사들에게 진정한 역할을 되찾아 준 것 만큼은 확실하다.

진성호 종달초 교사 "교사-학생간 진실한 관계 맺기부터 시작"

▶내가 추구하는 수업혁신은?

수업혁신은 진실한 관계 맺기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불편하면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친구,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아야 학생들 스스로 배우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이 '들어주기'다. 이 학교에서 나는 최대한 들어주고 공감해주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진실한 관계 맺기가 이뤄질 것이고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 수업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며 배움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다한디 배움학교'가 미칠 영향

다한디 배움학교에서 1개월을 지내보니 '선택'을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평적인 교사협의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협의체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교장, 교감선생님이 번복하지 않는다.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며 펼치는 토론 문화도 활성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담임교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은 가장 큰 행복이다. 우리는 행복하지만 업무담당 선생님들은 행복할까. 교육청이 업무경감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아이들과 모든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교육활동을 펼쳐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행복한 삶을 가꾸는 데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7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