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92)제주시 '마라톤식당 1·2호점'

[당찬 맛집을 찾아서](92)제주시 '마라톤식당 1·2호점'
칼칼한 국물 밴 추자도 참조기 하얀 속살의 유혹
  • 입력 : 2015. 04.24(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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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식당 참조기 해장국은 신선한 참조기에 쪽파나 미나리, 쑥갓까지. 바다 내음에 채소 본연의 맛이 스며들어 국물이 시원하다. 강희만기자

속풀이 해장·입맛 돋구는데 제격
신선한 재료로 음식 정갈함 더해
제주 유일의 열기 매운탕·정식도
입소문 자자… '무한리필' 인기
맛·가격… 착한가격업소 지정도

입맛이 없을 땐, 칼칼한 국물이 제격이다. 얼큰한 국물에 양념이 잘 밴 추자도 참조기의 속살이 잃었던 입맛을 살린다.

오로지 제주산과 국내산만을 고집하는 마라톤식당의 주메뉴는 추자도 참조기 매운탕. 불볼락인 '열기'를 넣어 끓인 매운탕도 별미다.

마라톤식당은 그 이름에서 독특함이 배어난다. 게다가 제주종합경기장 인근에 1호점과 2호점이 들어서며 입지적 식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인장인 김환(44)·박순미(43) 부부의 발품을 팔아 준비하는 신선한 재료가 음식의 정갈함을 뽐낸다. 박씨의 아버지 박병학(65)씨의 딸을 위한 지원도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신선함과 믿음, 그리고 저렴함 등 좋은 음식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여주인장 박씨는 '마라톤'이라는 식당 이름이 태어난 배경을 설명한다.

"식당을 내기 전부터 10여년간 제주시청이며 서귀포시청, 원주시청 등 육상선수의 식사를 챙기는 역할을 해왔죠. 마라톤식당은 당시 제주도육상연맹 임원으로 있던 임관철 현 제주대 육상감독이 지어준 이름이예요. 식당하고는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제주체육의 산실인 제주종합경기장 인근에 있다보니 손님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고 호기심과 재미도 유발하는 등 잘 지어준 것 같아요."

젊은 세대이다 보니 남주인장 김씨도 '부창부수(婦唱夫隨)'다.

주인장 김환·박순미 부부

"친동생 김호(42)가 현재 육상(제주도육상연맹 전무이사)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어 아름아름 육상선수들이 입소문을 타며 식당을 많이 찾습니다. 동생 덕으로 한국 육상을 대표하던 장재근, 손주일, 이봉주 선수가 다녀갔고 현직 국내 육상감독이 식당을 찾아옵니다. 마라톤이라는 이름 값을 하는가 봅니다."

참조기 매운탕의 맛은 신선도에서 좌우된다. 제주 연근해에서 갓 잡아올린 참조기를 임대한 한림수협 냉동고에 급냉시켜 신선도를 유지하며 1년 내내 식당에서 쓰고 있다. 요리방법도 선장인 아버지가 배에서 직접 요리해 먹던 방식을 그대로 전수받아 손님상에 내놓고 있다. 신선한 참조기에 쪽파나 미나리, 쑥갓이 들어간다. 바다 내음에 채소 본연의 맛이 스며들며 국물이 시원하다. 속풀이나 잃었던 입맛을 잡기에는 이만한 음식이 없다.

현재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박씨의 말에는 아버지에 사랑도 스며 있다. "아버지가 배를 갖고 계셔서 참조기는 물론 열기와 삼치, 갈치, 고등어, 문어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다른 식당보다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죠. 모든 재료는 비싸도 국내산, 특히 제주산을 고집하고 있어요. 특히 선수들이 많이 찾다보니 조금이라도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나눠주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죠. 한창 먹을 때이다보니 저희 가게는 '무한리필'이죠.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마라톤식당의 정식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주메뉴를 바꾸며 집밥 위주로 장만하고 있다. 타지역에 와서 운동하는 선수를 위한 부모의 마음이 배어난다. 이날 나온 정식 반찬은 돼지고기 수육, 생선구이, 생미역무침, 마늘·무말랭이 장아찌, 계란, 오징어젓갈, 숙주나물, 소시지 볶음 등 10여가지에 이른다.

제주말로 '눈큰볼락' 추잣말로 '내바리'라 불리는 열기. 비린내가 없이 담백한 열기매운탕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 마라톤식당이다. 그 뿐인가. 주인장의 손맛으로 내는 아귀탕과 삼치회, 민어회, 토종닭을 비롯한 주문하면 모든 음식이 나올 수 있단다. 다만 저녁시간에 한해서다.

고추가루와 김장배추도 모두 직거래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 김장철이면 배추산지를 직접 찾아가 700~800포기를 제주로 공수해 사용할 만큼 열정적이다. 그 열정은 사회 기부로도 이어지고 있다. '착한가게'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보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전직 복싱선수 출신으로 신인선수권대회 우승과 울산소년체전 메달리스트인 남주인장 김씨의 정직한 '펀치'가 손님의 입맛에 적중했다. 2010년 1호점을 시작으로 4년만인 지난해 2호점을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차리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자식에게 대물림하겠다며 종합경기장이 있는 한 식당 운영을 계속할 계획이다.

추자도 참조기매운탕 2만5000원~3만5000원, 참조기구이 3만원, 열기매운탕·구이 각 3만원, 정식·두루치기 각 6000원, 김치찌개 등 5000원. 이러한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내놓으면서 마라톤식당은 '착한가격' 업소로 1호점은 2012년에, 2호점은 지난해 지정됐다. 이들 부부의 착한마음이 이곳을 찾는 손님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입안에 맴도는 참조기의 살결처럼 부드럽고 오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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