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3부. 야쿠시마를 가다(3) 체계적인 보전 관리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3부. 야쿠시마를 가다(3) 체계적인 보전 관리
자연과 공생하는 지역만들기에 ‘초점’
  • 입력 : 2015. 05.04(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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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동안 이어진 벌목은 야쿠시마 섬 전체에 생채기를 남겼다. 수천 년을 살아낸 숲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힘없이 쓰러졌다.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선 야쿠시마는 이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말한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자연을 보전하며 그것이 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보전 위한 연구 활발= 야쿠시마의 자연은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통해서다. 그 중심에는 1996년에 세워진 야쿠시마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있다.

 일본 환경성은 센터 내에 야쿠시마자연보전관사무소를 두고 국립공원과 세계자연유산 지구를 보호하고 있다. 대학 등 연구기관의 협조를 받아 자연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도출해 낸다.

환경성 주도 세계자연유산센터 운영 조사·연구
환경문화재단 통해 교육·체험·탐방 활동 활발


 야쿠시마자연보전관사무소의 자연보전관인 카야시마 타쿠로씨는 "세계자연유산센터에는 탐방객들을 위한 전시시설과 전문가들을 위한 연구 시설이 마련돼 있다"며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연유산보호관리단을 두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시마의 자연을 보전하는 또 다른 힘은 지속적인 학습이다. 야쿠시마환경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야쿠시마환경문화촌센터에선 연중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주민은 물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의와 체험활동, 탐방 등을 통해 야쿠시마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도록 했다. 해마다 5000명 정도가 이곳에서 자연 보전의 가치를 공유하고 돌아간다. 환경보호 활동가와 연구자들에게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야쿠시마의 자연과 문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야쿠시마환경문화촌센터 전경(맨 위). 야쿠시마세계자연유산센터 전경(가운데). 야쿠시마환경문화촌이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전시물들( 맨 아래). 강경민기자



 ▶자연이 돌려주는 혜택= 사람들은 자연이 지닌 가치를 공유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고 있다. 자연 그대로 보전되는 야쿠시마는 그 자체로 지역의 뛰어난 관광자원이 되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공동체의 발전을 꾀한다.

 한 예로 야쿠시마를 찾는 방문객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1993년부터 크게 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 해 방문객이 10만 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이보다 3배 많은 30만 명이 발걸음 한다.

 야쿠시마의 자연은 지역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한 몫 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브랜드가 술, 과일잼 등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방문했던 호텔, 상점 등에서는 세계자연유산 표시가 붙은 상품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을 보전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야쿠시마 안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어쩌면 이러한 삶의 방식 안에서 더욱 견고해 지는 듯했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인터뷰]하다케 유키에 야쿠시마환경문화재단 사업과 주임


기금으로 재단 운영… 기업들 적극 동참


"가고시마현을 중심으로 학자, 철학자, 작가 등이 모여 2013년 3월 야쿠시마환경문화재단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때부터 야쿠시마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죠." 야쿠시마환경문화재단 사업과 주임인 하다케 유키에(사진)씨의 말이다. 재단이 꾸려진 지 일년이 채 지나지 않은 그해 12월, 야쿠시마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재단 운영 환경문화촌센터
연구와 교육프로그램 진행"


재단은 야쿠시마를 환경·문화의 마을로 만들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재단이 운영하는 야쿠시마환경문화촌센터는 야쿠시마의 자연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주요 공간으로 활용된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한달에 한 번 열리고 자연 보호의 가치를 일깨우는 단기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재단은 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가고시마현과 야쿠시마정이 센터 관리비 등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지만 재단 자체적으로 기부금 제도를 활성화하면서 각종 사업비를 마련한다.

"야쿠시마를 위해 함께 협력할 기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참여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부에 동참하고 있죠. 한 예로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은 '세계유산야쿠시마 카드'를 발급하고 고객들이 사용한 금액의 일정 정도를 기부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이온이 기부한 금액이 711만엔에 달합니다."

'야쿠시마 팬클럽'제도 역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단은 개인 회원을 대상으로 연간 2000엔의 회비를 받고 회원증 발급, 야쿠시마 소식지 제공, 센터 관람료 무료, 자연·문화체험 프로그램 참가비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다케씨는 "기업과 개인 등의 기부금은 야쿠시마를 찾는 환경보호 활동가와 연구자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일은 야쿠시마 자연의 지속적인 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jjeun@ihalla.com>



일본 국제보호지역 대부분 재단 활성화


일본의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습지 등 국제보호지역에는 재단 운영사례가 돋보인다. 취재진이 찾은 야쿠시마 외에도 홋카이도의 '시레토코', 아오모리의 '시라카미 산치' 세계자연유산과 일본 최대의 고원습지이면서 람사르 습지인 오제습지도 재단을 통해 보호·활용사업이 이뤄진다.

홋카이도의 시레토코재단은 시레토코의 자연해설, 자연환경보호 조사연구, 교육연수, 국립공원 관리프로그램, 삼림재생, 환경성의 위탁사업에 이르기까지 시레토코 세계자연유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와 우호협력을 맺은 아오모리의 시라카미 산치는 주민 주도의 보호와 활용사례가 돋보인다. 그 사례를 '시라카미공사(公社)'에서 엿볼 수 있다. 시라카미공사는 시라카미 산치의 최일선 자치조직인 니시메야(西目屋)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1년후인 1994년 10월 1000만엔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이 공사는 아오모리현과 히로사키시의 지원시설인 대중온천욕장과 숙박시설, 특산물직판장, 체험농업, 관광안내센터 등을 시라카미공사에서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주민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시레토코·시라카미산치 등
기금조성·보호활용 극대화
제주는 직영체제 오락가락


2005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오제습지에도 재단이 설립돼 운영중이다. 1995년 설립된'오제보호재단'이다. 주로 방문자센터와 조사연구 기능을 수행한다. 30여명이 근무하며 현에서도 파견돼 있다. 기관 출자와 각계의 기금이 재단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제주의 상황은 어떤가. 2012년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지구 일대에 개관한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의 운영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다. 제주자치도가 이미 지난 2009년에 수립한 제주 세계자연유산 보존·활용 종합계획에 10대 선도사업으로 제시됐던 것이다. '10대 선도사업'으로 지목할 만큼 그 필요성이 높았다. 하지만 재단화에 필요한 논의와 조례 제정, 운영관리 방식 등 후속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대로 방치해온 것이다.

세계자연유산 보존·활용 종합계획(2009년)에는 전문성을 위해 직영 대신 비영리재단을 통한 운영관리방식을 제안했었다.

보고서는 재단 내에 홍보마케팅부·교육전시부·시설관리부·유산연구소 등을 두어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제주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관건인 재원과 관련해서도 출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지방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제주자치도는 이후 세계자연유산센터의 운영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직속기관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센터의 조직·관리 주체를 직속기관으로 해야 공공성을 확보하고, 수준높은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2009년 보고서와는 전혀 딴판의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강시영기자 sk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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