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2)곶자왈 보전의 현안들

[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2)곶자왈 보전의 현안들
경계·등급화 등 난제… 소유주와의 민원분쟁도 변수
  • 입력 : 2015. 05.13(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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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순 박사

전문가 리포트최형순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주의 독특한 용암숲 곶자왈은 이제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 중,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한 느낌을 받는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오는 시외버스의 운전석 뒤편의 광고용 영상에서는 한라산, 오름, 곶자왈 등 제주의 자연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곶자왈의 명성이나 지명도가 꽤 상승된 듯 하다. 곶자왈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그 동안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국공유화·사유곶자왈·보호법 체계 구축 등 과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확대 등록 공론화될 듯
산림과학원 곶자왈 시험림 보전·활용 관심 높아


곶자왈을 보전해야 하는 것은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문제이다.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조례'가 제정되고, 국립산림과학원의 곶자왈시험림 중 일부가 2015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과 제도적 보호조치는 계속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떤 부분들의 논의를 통해서 곶자왈의 보전에 대한 담론과 실천의지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곶자왈 지역 전체를 다 보전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핵심적인 부분만 보전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곶자왈의 전체 면적은 얼마인지, 진짜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할 곶자왈은 어떠한 곳인가에 대한 등급이나 분류 기준이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토지이용등급에 기반한 곶자왈 지도와 GIS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지도는 분포나 면적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두 지도간의 면적차이는 약 56.4㎢로서 여의도 면적의 2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분포와 경계의 문제는 개발과 보전, 그리고 소유주와의 민원 분쟁 등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관리·연구중인 저지곶자왈 지대의 모습.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지난 2012년부터 곶자왈시험림을 대상으로 오는 2018년까지 25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중에 있다. 강경민기자



또 어떠한 방식으로 보전할 것인가, 곶자왈의 국·공유화, 사유지곶자왈의 개발에 대한 제한, 관련 보호법의 체계는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할 것인지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곶자왈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제주 지역사회에서 거론되는 것은 곶자왈지역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등록하자는 의견들이 많다.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은 현재 한라산국립공원과 영천·효돈천, 문섬·섶섬·범섬 등의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 서귀포해양도립공원, 중산간 지역 등 완충 및 전이지역을 합한 총 면적은 약 831㎢로서 제주도 면적의 약 45%에 해당한다. 여기에 곶자왈 지역을 다 포함할 것으로 가정하면 제주도의 51.2~54.3% 정도의 면적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되는 셈이다. 곶자왈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큰 흐름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생물권보전지역이 되었을 때의 명분과 실익, 그리고 감수해야 할 부분 등을 지금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유지 곶자왈의 매입이다. 국·공유화는 사유지 곶자왈의 개발을 막고 보전할 수 있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이다.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전체 곶자왈의 60%가량이 사유지이다. 이 중 20.8%의 면적이 개발로 인해 손실되었으며, 앞으로도 이 진행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유지 곶자왈의 무분별한 개발과 매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제도와 법률체계가 아무리 강화된다 하더라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재산에 대한 규제는 한계가 있으며, 점차 약화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사유지 곶자왈 중에서도 생태적, 경관적, 사회적 가치가 높은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 우선적인 매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러 사람 혹은 단체로 분할되어 있는 지분, 매입·매수시의 세금 부과, 지가상승 등의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산림청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협조로 2000년대 후반부터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매입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5년 현재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시험림으로 지정되어 있는 곶자왈시험림의 면적은 529㏊, 약 160만평에 이른다. 이 중, 사유지곶자왈을 매입한 면적은 358㏊로서 훼손되지 않은 사유지곶자왈의 8.3% 정도이다. 산림청은 오는 2023년까지 총 950㏊의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할 계획이므로 전체 사유지 곶자왈의 약 22%를 국유화하게 되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2년부터 곶자왈시험림을 대상으로 2018년까지 25억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연구를 수행중에 있다. 기존의 지질과 식물분야에 치중되었던 연구를 벗어나 역사, 문화 등의 인문사회자원 분야, 산림생태계서비스, 관광 및 휴양분야, 경계설정을 위한 항공촬영 등의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의 전문가들과 협력연구와 국내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곶자왈시험림이 세계적 용암숲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의 종착역은 결국 곶자왈의 보전, 숨어 있는 가치의 발굴과 선양을 통하여 제주지역의 주민, 더 나아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주곶자왈 분석 과학적 접근 시도 ‘주목’

가치기준 토대로 분류…항공라이다영상 통해 연구



제주 곶자왈의 객관적인 분류기준과 항공영상을 이용한 지형분석, 경계구획 연구 등 다양한 과학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곶자왈 보호지역을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경계설정과 이에따른 등급화, 그리고 다양한 지질, 생태, 역사·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곶자왈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분류기준은 곶자왈 보호의 핵심과제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소속의 지질, 생태 전문가들은 최근 공동으로 '제주도 곶자왈 지대의 지질학적 분류체계 제안과 의미'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지난 4월 대한지질학회지에 발표했다.

남송악 항공라이다 촬영사진. 왼쪽부터 정사, 식생, 지형 영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곶자왈 지대를 구성하는 용암류를 특징 및 형성과정에 따라 4가지 종류로 구분하고, 생태 및 역사·문화적 특징의 분류기준을 마련해 지질학적 분류체계화 결합했다. 우선 곶자왈을 구성하는 용암류를 특징에 따라 세 종류고 구분했으며, 이차적인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들이 이동된 경우도 별도의 종류로 구분했다.

 또 곶자왈을 구성하는 주요 생태적 요인으로 특산 또는 희귀식물, 한정분포식물 서식여부 등도 포함했으며, 역사·문화적 요인으로 농경유적, 생활 및 수렵유적, 역사 문화유적 분포 여부도 분류기준에 포함시켰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분야별로 복잡한 분류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각 요소들을 코드화했으며, 이들 코드의 조합만으로도 다양한 곶자왈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도록 했다. 다양한 곶자왈의 자연자원 가치에 대한 분야별 기준이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제시된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책임을 맡은 전용문 박사(지질학)는 "이 분류체계는 모든 곶자왈 지대에서 적용이 가능하며, 곶자왈 지대의 다양한 특징들을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위 설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곶자왈의 보존과 활용기반 구축 연구에 심혈을 쏟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항공라이다 영상을 이용한 곶자왈 지형분석과 경계구획 연구를 진행중이어서 주목된다. 경계설정을 위한 항공촬영 등의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곶자왈 용암 지대의 유형분류를 통한 적용모델 개발을 위해 항공라이다영상, 디지털항공카메라 최신 멀티센서를 이용해 지형의 기복변화를 3차원으로 표현한 수치표고 자료 등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곶자왈의 분포도와 범위 설정, 그리고 향후 곶자왈 및 주변 환경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지난해 조천-함덕곶자왈과 한경곶자왈 등 2개지역 57㎢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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