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차라리 도로 다이어트를 하자

[한라칼럼] 차라리 도로 다이어트를 하자
  • 입력 : 2015. 06.23(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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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다이어트, '브라에스의 역설'이다. 교통혼잡을 가져오고 차량 통행이 급증한다면 일반적으로는 도로를 확장하려고 든다. 도로를 넓혀서 늘어나는 차량 수요를 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도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교통량이 줄고 걷는 환경도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라에스의 역설은 디트리히 브라에스 독일 교수가 주창한 가설이다. 도로를 넓히면 오히려 교통수요가 늘어 체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도로를 줄이는 이런 역발상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선 서울시 영등포구가 도로 다이어트, 즉 도로 줄이기를 처음 시도하고 나섰다. 도로 확장이라는 공급적 측면에 치중하는 정책이 오히려 차량 통행 급증이라는 수요 증가를 가져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는 올해 초 타당성 평가를 마치고 6월까지 기본설계 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주도의 도로·교통환경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차량의 가파른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제주지역 자동차등록대수는 40만2936대였다. 처음 40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차량 수 못지않게 우려되는 것은 증가속도다. 제주도내 차량은 2004년에 20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30만대 돌파는 2013년의 일이다. 10만대 증가하는데 8년이 걸렸다. 그런데 30만대에서 40만대 증가는 불과 2년만이다. 제주도 인구는 지난 5월말로 62만7517명이었다. 인구는 60만 명인데 차량은 40만대인 현실이다.

제주도는 2007년 2월부터 대형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주시 동지역에 한해 차고지증명제에 들어갔다. 중형자동차는 2012년부터, 소형자동차는 2015년부터 시행키로 했으나 주차장 확보 곤란 등을 이유로 조례가 두 차례 개정됐다. 현재는 2017년부터 중형차로 확대하고, 소형차는 2022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연기됐다. 차고지증명제가 실시된 해인 2007년 자동차 대수는 22만8800대 정도이다. 지금 추세라면 2017년에는 50만대 돌파가 기정사실이다. 2022년에는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차량 증가속도만큼 숨이 막히는 것은 제주도의 정책이다. 제주도는 차량 20만대 시절에도 차고지증명제를 연기했다. 차량 50만대 시대에는 그게 가능할까. 그래서 더욱 답답함이 치밀어 오른다.

제주도는 차량이 늘어나는데 부응해서 주차장 확충과 도로확대에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러면 몇 년 안가서 도로는 북새통이 되고 만다. 브라에스의 역설이 이를 증명한다. 언제까지 이런 정책에만 집중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기대를 모았던 원희룡 제주도정에서도 대중교통정책에 대한 고민은 읽혀지지 않는다. 토건적 접근만으로는 도시문제, 교통문제를 풀 수 없다. 제주도정 관료들도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브라에스의 역설을 꺼낸 이유다. 원희룡 도정도 이런 정책을 한번쯤 검토해 볼 만 한 것 아닌가. 특히 제주시 원도심을 대상으로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로확충보다는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걷거나 대중교통만으로도 원도심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전통역사경관을 허물고 옛길을 없애서 도로와 주차장 늘리기를 멈추고 도시정책, 교통정책을 고민해보자. <이윤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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