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교체 타이밍
  • 입력 : 2015. 06.29(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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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경쟁을 통해 승패를 구분하는 승부의 세계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다.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선발투수를 누구를 내세우느냐, 언제 교체하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선발투수를 포함해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제때 교체해 주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축구경기에서도 교체타이밍은 승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감독들은 승리를 굳히기 위해 수비수를 투입한다든지, 아니면 만회 및 역전골을 터트리기 위해 공격자원을 들여보내는 때를 찾는다.

대한민국 스포츠가 전환기를 맞았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발등의 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스포츠에 대해 정열을 갖고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물론 일부 통치권자들이 스포츠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는데 악용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발전을 거듭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등장했다. 60~70년대 힘들었던 우리 국민들은 '헝그리 정신'을 바탕으로 복싱과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했다.

더불어 1990년대까지만해도 전국체육대회에서 시도간 치열한 순위경쟁이 있었다. 시도별 순위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졌다. 각 종목에서 우수한 선수와 팀을 전국체육대회에서 그라운드에서 뛰어주는 조건으로 지원을 받는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경기종목별 단체와 지자체의 공생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축구, 야구, 골프 등 돈이 되는 종목을 선호하거나 직접 하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엘리트체육의 본산인 전국체육대회도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는 관심이 있지만 전국체육대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내 고장 출신이라는 시·도 대항의 의미도 퇴색된지 오래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은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인 유도에 메스를 갖다댄 결과를 발표했다. 선수를 사고파는 관행이 발각된 것이다. 제주자치도가 지난해 제주에서 개최된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가 '화'를 부른 것이다. 유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은 체육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일부 엘리트 체육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면 가장 도세가 약한 제주의 입장에서는 전국체육대회에서 중상위권으로 도약하기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다른 시도처럼 개최지의 이점을 안고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하지만 가랑이가 찢어지는 꼴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국체육대회에서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탓하는 이들은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이다. 눈앞의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스포츠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스포츠꿈나무 육성이 그 첫걸음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체육, 제주특별자치도의 체육정책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앞으로 4년뒤면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린다. 지금이 적기다. <조상윤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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