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6)발달 지연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6)발달 지연
"크면 다 좋아진다, 웬 호들갑이냐"… 전전긍긍
  • 입력 : 2015. 07.10(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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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는 발달의 네 가지 주된 영역인 운동, 언어, 인지, 정서 및 사회성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매우 다양한 범주의 질환들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은 발달장애를 주제로 한 TV드라마 '굿닥터'(왼쪽 위), 영화 '7번방의 선물'(왼쪽 아래)과 KBS 스페셜 '기적의 오케스트라, 세상을 연주하다'(오른쪽)이다.

스마트폰·미디어 과다노출 등 부정적 영향
영유아 건강 검진을 제 때 받는 것이 중요
조기발견·치료로 발달에 도움 연구결과도

'발달'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하다는 뜻풀이가 돼 있다. 그런데 소아신경학 제2판에서는 성장과 발달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성장이란 연령의 증가에 따라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장기의 크기나 무게가 증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며, 발달이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이들이 새로운 기능을 획득해 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신체적 발달 이외에도 정신적, 사회적, 교육학적인 발달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 다시 말해 성장이란 크기나 무게가 늘어나는 것, 발달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교육학적인 측면에서의 성숙을 일컫는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승효 교수의 도움으로 발달지연에 대해 알아본다.

외국 저널의 보고에 따르면 소아 인구의 5~15% 정도에서 발달 지연을 보인다. 발달 지연의 신경발달 측면에서는 이미 출생할 때부터 발달에 대한 과정이 내재돼 발달 지연 혹은 정상으로 이미 초기에 결정된 채로 성장하다가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로 혹은 정상아로 성장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뇌의 발달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발달 지연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발달 지연이 의심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주증상은 다양하다. 눈맞춤이 되지 않는 아이를 비롯해 돌이 되어도 걷지 못하는 아이와 ▷두 돌이 될 때까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 ▷혼자만 노는 아이 ▷머리가 커서 혹은 머리가 작아서 방문하는 아이 ▷영유아 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보인 아이 ▷발음이 부정확한 아이 등이다.

발달장애의 양상은 발달의 네 가지 주된 영역인 운동(대근육, 소근육), 언어(수용, 표현), 인지, 정서 및 사회성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매우 다양한 범주의 질환들을 포함한다.

우선 운동영역인 경우 대근육은 혼자 걷기에 있어 중요한 발달 이정표이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정상 발달이 이뤄지는 아이는 늦어도 15개월까지는 혼자 걷는다. 18개월이 지나도 걷지 못하면 발달 지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두 번째로 언어에 대해서 보면, 흔히 말귀를 잘 알아듣는지를 의미하는 수용성 언어가 정상이면서 표현 언어가 늦는 경우는 예후가 좋은 편이다. 언어 지연이 있는 경우는 1차적으로 청력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청력 검사 결과에 따라 그 다음 검사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급격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미디어의 노출이 어린이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영유아기의 영상물 과다 시청은 언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인지 및 정서 문제가 발생하고 자존감 또한 낮아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언어 지연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인 것이다. 또 너무 어린 나이에 지나친 미디어 노출은 인지 발달에도 해가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인지, 정서 및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아이의 연령에 맞는 정밀 발달 검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로 자폐 성향을 들 수 있겠다. 눈맞춤이 안된다든지, 손으로 가리키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을 가져오라고 시켰을 때 맞게 행동을 못한다든지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특정 증상 한 가지만 있다고 자폐라고 하지 않으며 자폐의 정도도 약한 스펙트럼에서 강한 자폐 성향까지 다양하다. 자폐 성향에 대한 판별은 생후 15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며 인지, 정서 및 사회성이 또래보다 떨어져 보인다면 자폐 성향에 대한 선별 검사 혹은 정밀 검사를 위해 해당 전문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학계 등에 의하면 임상적 판단만으로는 정신지체, 언어 발달 지연, 혹은 다른 종류의 발달 문제를 실제로 갖고 있는 환아 중 30% 정도만 걸러낼 수 있다. 따라서 발달 지연 환아들을 더 많이 찾아내기 위해서는 임상적 판단 이외에 발달 관련 선별 검사 도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로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가 있다. 발달 선별 검사로서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연령에 맞게 시행해 발달을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발달 검사를 통해 발달 지연 가능성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이미 발달 지연이 있는 환아를 선별하고 조기 개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 형태의 개입이 있으며 첫 번째는 예방 프로그램, 두 번째는 발달 지연에 대한 개선 및 치료 시행, 세 번째는 발달 지연 확진아에 대해 특정 재활 프로그램을 통한 발달 지연 부분의 최대한의 기능 활성화가 있다.

어르신들이 "크면 다 좋아진다. 웬 호들갑이냐, 그냥 두거라"라고 흔히 얘기하곤 한다. 일부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가 옆에서 관찰할 때 발달 지연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경과 관찰을 할 것인지, 검사 혹은 치료까지 필요한지를 의논하는 것이 좋다. 우선 기본적인 영유아 건강 검진부터 챙겨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거나 TV를 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마주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언어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게 전문의들의 충고다.

김승효 교수는 "병원을 다닐 때에는 여러군데 병원을 다니는 것 보다는 같은 병원을 꾸준히 다닐 것을 권한다. 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의료진이 있다면 조금은 더 발달 감시(임상적 판단)가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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