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으로 '미래'를 담는 도시들의 여정

문화유산으로 '미래'를 담는 도시들의 여정
[살아 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을 찾다]프롤로그
고유 역사·문화유산 바탕의 ‘도시재생’은 이미 세계적 흐름
  • 입력 : 2015. 08.12(수)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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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역사·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쇠퇴해가던 도시를 살려내는 '도시재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도시재생'은 지역민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제주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엮어서 창조적인 도시로 만들어가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적 역사유적 '콜로세움'. 사진=이현숙 기자

"제주는 무엇을 엮어 창조적 도시로 만들까, 고민해 나가야"

고유의 역사·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쇠퇴해가던 도시를 되살려내는 도시재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오랜 시간동안 고층건물을 세우고 길을 넓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치중했던 도시재개발은 이제는 도시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자라난 유무형의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해 쇠퇴해가던 도시에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이미 유럽의 도시들은 오래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역사문화유적을 보존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본보는 앞으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도시들의 역사문화유적지 보존과 활용사례를 소개하고 제주의 원도심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길찾기에 나선다. 역사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관리하고 이를 도시재생에 활용하고 있는지를 살필수 있는 기회였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7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도시들의 역사문화유적 보존 및 활용사례를 취재했다. 2005년 스위스·독일 도시에 이어 2009년 일본의 도시재생, 이번이 세번째 도시재생에 대한 여정이었다.

'살아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 찾다' 라고 이름붙인 이유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도시 재생의 길을 '역사·문화유산'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길'을 제시한 도시들은 늘 변화를 고민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외형만 번듯하고 '죽어있는'도시는 매력을 잃기 쉽다. 그 매력을 만들어가는 요소는 역사든 문화예술이든 산업유산이든 전혀 새로운 것이든 중요치 않다.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면 더 그렇다.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를 들려줄 잘츠부르크 도시 전경.

▶현란한 색채보다 사유·시간 담긴 공간 의미=도시의 사람들은 현란한 색채보다는 사유과 시간이 담긴 장소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 여정은 도시를 찾고 그 도시가 갖고 있는 '시간의 켜'를 살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시간은 공간의 켜를 가진다"는 시민운동가의 '기억의 퍼즐맞추기'는 흥미로웠다.

사회가 혹은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그 집단을 변화시켜 나가는가 하는 점에 또 주목했다. 각 도시들은 다양한 빛깔과 감각으로 다양한 목소리들을 냈지만 한 사회가 그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데는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동력으로 추진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의 '도시 재개발'이 기존 공동체를 이뤄 삶을 영위해오던 주민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드는 잘못을 범했다면 '도시재생'은 지역민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자는 것이다. 우리만의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고 말이다. 도시는 '직물'이다. 지역자산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각자의 가치를 형성한다. 제주는 무엇을 어떻게 엮어서 창조적인 도시로 만들어가야 할까.

700년간 민간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피렌체 두오모성당.

▶이탈리아가 들려주는 이야기=기원전 753년 건설된 로마는 지중해 문화의 중심 도시 역할을 했다. 로마 역사 지구는 고대 로마의 정치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포로 로마노를 비롯해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 로마의 건축 실력을 보여 주는 판테온,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카라칼라 목욕장, 상 파울로 레 무라 교회, 산타 마리아 마조레 교회 등 대표적인 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 피렌체. 피렌체의 랜드마크 중 하나는 두오모 대성당이다. 1296년에 공사가 시작된 두오모 대성당은 완공된 이후 700년간 민간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로나시에 있는 아레나(Arena)는 2000년 전에 지은 원형 경기장. 아레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원형 경기장으로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40년 먼저 지어졌다. 지금은 오페라축제 극장으로 활용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지 주목했다. 베로나에서 또 배운 점은 '줄리엣의 집'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다.

오스트리아 대표적 휴양도시 할슈타트.

▶오스트리아가 들려주는 이야기=잘츠부르크는 인근 암염광산 때문에 '소금(Salz)의 성(burg)'이라는 독특한 의미를 지닌 도시. 그러나 소금보다 '모차르트'의 고향, '사운드 오브 뮤직'을 소재로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로크양식의 미라벨 정원 등이 도심에 자리하고 있다. 구시가지 거리인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시간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 곳이다. 그리고 빈과 잘츠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잘츠카머구트는 알프스의 산자락과 70여 개의 호수를 품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잘츠카머구트의 진주'로 꼽히는 곳이 할슈타트 호수의 이야기도 연재에 담는다. 황실마굿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도시, 빈의 사례도 소개한다.

▶지금 제주시·서귀포시가 지켜야할 원도심은=지금 제주는 산지천 주변에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고 있다. 옛 코리아 극장을 활용해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로 탈바꿈했고 옛 제주대병원 인근 빈점포들도 예술가들의 다양한 창작공간으로 변모했다. 제주도는 어렵게 고씨주택과 목욕탕 굴뚝을 보전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서귀포시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컴퓨터 영상 합성기술(CGI) 창조센터 건립사업 등 문화벨트 구축을 위한 다앙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제주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제언도 소개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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