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59)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59)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변경관이 아름답고 주민 삶은 역동적인 늘 새로운 마을
  • 입력 : 2015. 10.06(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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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항 방파제 끝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위)과 한경면사무소 옥상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아래).

도내 최고 해조류 산지로 어족자원 풍부한 마을
경지면적 협소하지만 마늘·양파농사로 소득 창출
사제 탄생 알리는 등 제주 천주교 역사 간직한 곳
지역사회 "해변환경자원-관광사업 연계 추진할 것"

멀리서 보면 해변 조간대 검은 암반 속으로 바다가 오묘하게 들어와 있는 모습이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마을. 흡사 바둑판 위에 고수들이 바다는 백돌이고 암반지대는 흑돌이 되어 서로를 감싸 잡으려 하지만 어디론가 터져 있기 때문에 영원히 잡히지 않을 형국이다. 섬 제주의 가장 경이로운 해변으로 필자는 신창리 바닷가를 꼽는다. 절벽은 바다를 막아선 느낌이지만 이 바닷가는 나가고 들어오는 검은 곡선으로 흡수한다. 놀라운 유기체적 발상을 통하여 바다생태계를 품에 담았다. 풍부하게 솟아나는 용천수 자원은 활용 방안 마련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신창리의 힘을 먼저 이 해변에서 찾게 된다. 전도에서 으뜸가는 해조류 산지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이 생태자원에서 온 것. 바다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포인트였던 모양이다. 해안 이정표 역할을 했던 '마리여 등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신창리의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창항의 규모에 비해 어선들이 많은 것은 인근 바닷가에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마을공동체의 상징으로, 탐방객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된 신개물.

한경면 소재지 신창은 원래 두모리에 속해 있었다. 당시 지명이 '솔개' 혹은 '솔래'라고 부르던 지역. 1909년 두모리에서 분리되어 두모 서남쪽 일부와 신창리 바닷가 일대를 중심으로 신창리가 되었다. 연못으로 펄레못과 유명한 용천수로 신개물과 쇠물이 있다. 취락 지역 지하에 1000m가 넘게 뻗어 있는 성굴은 지질자원으로 가치가 높다고 한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발견된 동굴 중에 길이로는 10위다.

1935년부터 선교가 시작되어 1953년에 본당 승격을 받은 천주교 신창성당은 제주도에서 3번째 역사를 가진 곳이다. 제주에서 최초로 사제탄생을 알린 뜻 깊은 순례성당이기도 하다. 422가구 813명이 살고 있는 역동적인 마을이다. 경지 면적은 타 지역에 비해 협소하지만 마늘, 양파, 양채류 농사를 중심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업용수 시설이 부족하여 가뭄이 오면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홍방부 이장

신창리 해변에 등장한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은 풍부한 바람자원과 공유수면에 암반지대가 많아 든든한 기초로 활용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방부(57) 이장의 설명에 의하면 "10 여 년 전부터 건설된 한국남부발전 풍력발전기들을 통하여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주민들이 이 분야에 대하여 무지했던 당시 마을피해 보상금 성격의 돈을 3억 정도 물고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뒤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김창소(66) 마을회 감사는 "고부가 가치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서 행정에서 허용하는 마을 단위 1기 정도의 풍력발전기를 세우려 하고 있지만 행정 당국에서는 리 단위에서는 공유수면이라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되지 않는 공유수면 활용에 관한 법을 과연 형평성에 맞는 것이냐 따지는 것이었다. 국책산업 연구용은 되고 마을 단위에서 공동체 이익을 위하여 나서는 풍력 사업은 공유수면법으로 묶어버리는 현실. 거대 자본을 형성한 존재들에게 특혜를 주는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창리의 풍력 발전기는 그런 주민들의 울분을 디디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법적으로.

신창리의 꿈이 응축된 바다목장사업 현장.

신창리 앞바다에는 바다목장이 있다. 2002년부터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나서서 올해 준공을 한 바다목장은 어족자원을 바다라는 자연 환경 속에서 길러내는 곳이다. 단순히 수산자원을 위해 사업비 380억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스쿠버와 같은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여 바다 속 생태계를 감상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한 사업이다. 홍방부 이장이 바라보는 현실은 이렇다. "완공되면 신창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서 10년 넘게 지켜본 결과는 허망한 실정입니다. 관광산업과 연계시킬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시설비만 있고 운영비는 없는 관료주의 전형을 저 바다목장사업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최근 기쁜 소식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폐교된 신창중학교 시설을 서울시교육청 연수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것.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농수산물 구매와 같은 효과가 발생 되도록 하는 형태의 발전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면 신창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마을과 인접한 해변환경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

마을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밝히는 공통된 꿈은 신개물 공원과 같은 해변환경자원을 가지고 궁극적으로는 종합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마을 공동체가 기업적 마인드를 가지고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개발 방향을 잡자는 구상. 시설 중심에는 조간대 지형의 장점을 살린 친자연적인 해수풀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독특한 검정 암반 사이사이 낮은 바다공간에서 안전하게 풀장의 기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해수욕장의 강점을 이기는 '특징'을 가진 개발방향. 강남협(43) 청년회장이 73세가 되는 2045년의 신창리 모습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모든 사업이 경제적 성과로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가장 풍요로운 마을로 탈바꿈 되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자세로 현실을 극복하느냐에 달린 문제였다. 강종근(69) 개발위원장의 마음가짐은 제주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지원이나 황당한 자본 논리가 아니라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연자원의 가치를 느끼는 것입니다. 어떤 외부자본보다 더 큰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 마을 이름이 지속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신창은 '늘 새롭게 창성(昌盛)하는 마을'이다. 그 첫 단계가 용기 있는 도전이다. 의지의 산실을 봤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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