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흙수저, 금수저

[백록담] 흙수저, 금수저
  • 입력 : 2015. 11.16(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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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 직후 우리네 생활상을 담은 TV 드라마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예전 세대는 물론 요즘 젊은층에게도 어필하면서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88 서울올림픽 전후인 80, 90년대 군복무 대상층은 여러 부류로 나눠졌다. 군 면제자는 '신의 아들', 6개월 방위는 '장군의 아들', 18개월 방위는 '사람의 아들',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는 '어둠의 자식'들이다. 고위층 자녀들의 잘못된 방법에 의한 군면제나 병역비리 등으로 점철되면서 얼마전까지도 회자됐다.

지금은 2015년이다. 병역과 관련한 얘기는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사람들 눈에 귀에 포착되는 단어가 나왔다.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가 양산되고 있는데 그 중 '흙수저', '금수저'가 대표적이다. 금수저란 부모 재력과 능력이 너무 좋아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않음에도 풍족함을 즐길 수 있는 자녀들을 지칭한다. 반면 흙수저는 평범한 집안 환경을 뜻한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씁쓸한 자조가 묻어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온라인에는 동수저, 플라스틱 수저 등 수저 계층 표까지 나오고, 자신이 어떤 수저인지 볼 수 있는 기준표까지 돌고 있다.

금수저라는 말은 최근에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예전에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자기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신분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노력해도 안된다는 인식이 많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흙수저와 더불어 새롭게 '노오력'이라는 단어가 나왔을까.'노력(努力)'을 길게 발음한 노오력은 노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가 없는 사회를 풍자하는 단어다.

굳이 흙수저, 금수저 등을 구분하는 기준표를 소개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나흘전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또 얼마없으면 중3 수험생들이 고교 입학을 위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금수저를 물고 있으면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못해 은수저나 동수저 인생도 그나마 낫다. 신의 아들도, 장군의 아들도 아닌 우리 흙수저 인생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잔인한 얘기 같지만 기성세대들이 닦아놓은 대한민국의 탄탄대로(?)는 미래세대에게는 가시밭길이다. 갈수록 일자리는 부족하고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은 심화하는 등 살고싶은 나라와는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은동 가릴 것 없이 수저만 있으면 다행이라는 자조섞인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결국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으려는 노력은 하지 못하겠지만,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태권V가 나올 법한 돔형태의 '여의도' 건물에서 직장생활하는 분들과 그곳에서 생활하고 싶은 이들은 내년 4월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해줄 그런 사람들만 나왔으면 하는 것은 너무 작은 소망일까? 제발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상윤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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