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막자](4) 포르투갈 방제전략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막자](4) 포르투갈 방제전략
유럽 최초 피해 발생… 초기 대응 미흡 국가재난으로 확산
  • 입력 : 2015. 11.25(수)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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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항구도시로 유입… 중국發 추정
지난 10년간 소나무림 40만㏊ 피해 발생
소나무 대신 유칼립투스 심어 산림 변화
예방주사 개발과 소나무 육종 연구 진행


포르투갈은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입었다. 스페인과 달리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걷잡을 수 없이 피해지역이 확산된 곳이기도 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제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1999년 수도 리스본에서 한시간 거리인 항구도시 세투발(Setubal)을 통해 재선충이 유입됐다. 유전자 분석 결과 중국에서 넘어왔을 것으로 추정됐다. 항구를 통한 목재 수출입 과정에서 들어온 것이다.

포르투갈 코임브라 지역 산림협회 직원들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에 표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기획취재단 제공

감염목이 확인되자 유럽연합(EU)에서 2000년부터 피해목 제거작업과 나무주사 등 방제프로그램 운영에 나섰지만, 당시 재선충병에 대한 정보 부족과 포르투갈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전국적인 확산을 막지 못했다.

포르투갈에서 지난 10년간 화재와 재선충병으로 잃은 소나무림 면적은 40만ha에 달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EU에 가입된 나라들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와 관련해 EU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EU는 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될 경우 감염목 뿐 아니라 반경 3km 이내는 모두 베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 소나무가 대거 몰려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 인근에서 감염목을 소각해왔지만, 산불이 번질 우려 때문에 현재는 파쇄와 훈증, 페로몬 트랩 방제방식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달라지는 포르투갈의 산림=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포르투갈의 산림 모습이 변하고 있다. 감염목을 제거한 자리에 소나무 대신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코임브라 지역에서 발견된 고사목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공동기획취재단 제공

대체수종으로 포르투갈에서 각광받고 있는 유칼립투스는 다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은 12년. 40년 이상이 걸리는 소나무에 비해 생장기간이 짧고 포르투갈의 건조한 토질에 잘 맞아 대체수종 비율의 90%를 넘고 있다. 현재 포르투갈에는 코르크 나무와 올리브 나무 다음으로 소나무가 아닌 유칼립투스가 더 많아졌다.

이같은 수종 변경으로 가구 제작에 쓰이는 소나무를 수입해 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재선충병 확산 이후 현재는 200㎡의 소나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단순한 산림과 환경차원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산주들이 직접 나섰다=현재 포르투갈에서 재선충 방제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바로 '포르투갈산림협회(FNAPF·National Federation of Forest Owners Association)'다. 산림협회는 지역 산주들이 결성한 비영리단체로,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코임브라 지역 산림협회 직원들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하고 있다. 사진=공동기획취재단 제공

이들이 협회를 결성하게 된 것은 세투발에서 처음으로 재선충병 피해가 발생한 이후 반경 3km 반경 내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했지만 2008년 코임브라 지역에서 또다시 재선충병 피해가 발생하면서 자구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협회에 소속된 산주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포르투갈 정부와 임업협회 등과 네트워크를 결성해 직접적으로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르투갈 산림의 90% 이상이 국유림이 아니라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정부 통제가 어려운 점도 이들을 주도적으로 나서게 한 이유다. 특히 2013년부터 포르투갈이 재정악화로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방제예산확보가 어려워 산림협회가 전면에 나섰다.

포르투갈 코임브라 산림협회 직원이 현지를 찾은 공동기획취재단에게 포르투갈의 재선충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기획취재단 제공

2010년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제계획을 수립해 EU연합국들과 협력, 예찰과 감염목 벌채, 파쇄, 트랩설치 등을 전개했지만 재정위기가 닥치면서 방제활동 대부분을 산림협회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바스코 데 캄포(Vasco de Campos) 포르투갈 산림협회장은 "2013년부터 산림협회가 직접 EU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방제작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산림협회에 소속된 지역 협회가 해당 지역 산림을 직접 방제하고 정부에선 국경 반경 20km 내 감염목이 있는지 예찰과 타 국가로의 소나무 반입·반출이 되지 않도록 규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은 소나무를 대신해 식재되고 있는 유칼립투스나무. 사진=공동기획취재단 제공

포르투갈에서는 현재 산림협회의 방제활동과 별도로 지난해부터 모든 목재를 운송할 때 그물을 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매개충이 밖으로 기어나올 경우를 대비해 그물에 살충제를 묻혔다. 이와 함께 포르투갈 농림부 산하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에서는 대체수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항성을 갖고 있는 소나무를 선별해 연구중이다. 페드로 나베스(Pedro Naves) 포르투갈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박사는 "포르투갈에서 소나무는 고용창출 등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재선충병이 소나무가 적은 지역인 세투발에서 최초 발생하면서 초기 대처가 확실히 되지 못해 확산을 키웠다"고 전했다. 또 "포르투갈에서는 이미 재선충병 감염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나무 예방주사 개발을 위한 연구와 저항성 소나무 육종 등 생물학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최태경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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