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빚 권하는 사회, 고통의 부메랑이 될 수도…

[백록담] 빚 권하는 사회, 고통의 부메랑이 될 수도…
  • 입력 : 2015. 12.14(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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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가계대출이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마냥 폭주하는 모양새다. 올들어 전국평균의 3배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중인 도내 가계대출은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매달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늘어나는 빚만큼 상환능력도 높아진다면야 걱정할 게 없지만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이들 상당수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7조5583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7.9% 증가했다. 같은기간 전국 증가율 8.4%의 3배가 넘는다.

올 4월말 기준 도내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46.7%로 전국평균(19.7%)과 도지역평균(38.5%)을 크게 상회한다. 저신용 등급자들이 예금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이용한다는 것은 취약한 요소의 하나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변동금리대출이나 만기에 한꺼번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일시상환대출도 취약대출로 분류된다. 올 3월 말 기준 도내 일시상환대출과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각각 62.4%, 58.9%로 전년 같은달에 비해 각각 3.3%포인트, 7.9%포인트 확대됐다.

이처럼 도내 가계대출이 빠르게 급증한 핵심 원인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올들어 한 달 평균 1200명의 인구가 제주로 유입되고, 부동산시장 과열을 탄 주택공급물량 급증과 사상 초저금리가 맞물리며 주택 매입에 뛰어든 이들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을 빠르게 키우는 양상이다.

부동산 가격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두기만 하면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는 도민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다른지방에서 움직이던 기획부동산, 떴다방 등 투기세력들도 분양권만 당첨되면 쉽게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을 챙길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건설사의 '분양 흥행'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그들의 배만 더 불려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부동산 재테크는 사실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가계 살림살이에 비해 빚이 너무 많아지면 부동산시장 침체나 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더욱이 그 충격은 가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소비 위축과 빚을 못갚는 취약계층 증가로 금융기관 부실 등 경제성장기반 전반을 흔들어놓는다.

가뜩이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한계로 고용불안이 심각한 제주에서 주거비용 급등은 젊은층에게 집없는 설움까지 안겨주게 된다. 그 설움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네 형제 자매 등 가족들이 맞닥뜨려야 할 상황이고, 빈익빈 부익부 등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또 현재의 부동산시장 호황과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시장상황 변화로 인한 충격에 견딜 수 없을만큼 무리하게 빚을 낀 부동산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내릴 테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권한 건 정부지만 시장환경 변화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몰고 올 고통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특히 제주의 경우 급증한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이 깊은 연관성을 갖는만큼 제주도정에도 서민주거비용을 내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제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주형 주거복지와 주택공급정책 수립을 촉구한다.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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