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아"

[편집국 25시]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아"
  • 입력 : 2015. 12.17(목)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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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대에서 열린 '엉뚱한 사진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증명사진엔 웃음으로 꾸며낸 얼굴 대신 사람들의 뒤통수가 담겼고 '엉뚱한 이력서'엔 초·중·고 학력 대신 꿈의 변천사를, 어학점수 대신 '농담·아부·욕 능력'을 써 냈다. 한 참가자는 꿈의 변천사에 '과학자→의사→대기업→정규직'이라고 적었다. 그는 "현실에 꿈을 맞춰온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이 행사는 형식적인 겉모습이 아닌 내재된 잠재력을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청년들 중 취업난이란 현실 앞에서 꿈과 취업을 놓고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성인에게도 이 질문은 버겁기만 하다.

제주에서는 이 질문을 중학생들이 하고 있다. 고입원서를 쓸 즈음 만난 중학교 3학년 사촌동생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데, 실업계에 가서 일찍 취업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러느냐는 물음엔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짠했다. 동생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무엇을 해야 취업이 쉬울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고민을 벌써부터 해야 하는가 싶었다. 동생에겐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전했다. 다만 인문계로 진학하면 나중에 선택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알겠다고 답한 동생은 "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내일(18일)이면 3509명의 동생들이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고 고입선발고사를 본다. 무수한 노력에도 127명은 떨어져야 한다. 다른 12개의 시·도 학생들은 겪지 않는 좌절을 겪게될 아이들. 지금 이대로라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다. '잘못된 무언가'를 파악하고 바로잡는 것이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이 아닐까. '엉뚱한 사진관'이 던지는 메시지는 제주교육에도 유효한 듯 싶다. <채해원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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