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1300만 시대 성과와 과제]'메르스 사태'의 교훈

[제주관광 1300만 시대 성과와 과제]'메르스 사태'의 교훈
中 관광객 제주행 ‘뚝’…업계 존폐 내몰려
  • 입력 : 2015. 12.18(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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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르스사태로 제주관광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됐다. 사태가 진정되면서 내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했지만 중국 단체관광객은 좀처럼 늘지 않는 극과 극 현상이 두드러졌다. 메르스사태 당시 한산한 모습을 보인 제주국제공항.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확인된 직후 제주관광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6월 초에는 제주관광에 나섰던 관광객이 확진자로 판명되자 해당 호텔이 자진해서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확진자가 이용한 항공사와 렌터카업체, 음식점, 승마장, 관광지는 말할 것 없이 제주관광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됐다. 지난해 세월호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피해를 안긴 메르스 사태는 제주관광에 큰 과제를 남겼다.



# 개점 휴업 등 피해 확산

메르스 피해는 무엇보다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과 선박을 이용한 관광객만 감소시켰지만 메르스 사태는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안겼다.

우선 밀물처럼 밀려들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썰물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중국발 직항노선은 감축하고, 전세기는 대부분 취소됐다. 사태가 이어지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7월 2일 관광사업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승준 제주도전세버스조합 이사장은 이날 전세버스 41대 중 2대만 운행하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표들은 "감원과 경비 절감도 불사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고통받고 있다"고도 했다.

피해가 이어지는데도 속수무책이었던 관광업계는 제주도정을 성토했다. 7월 6일 메르스 사태 이후 제주도관광협회가 제주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제주관광포럼에서였다. 당시 주제발표에 나선 오상훈 제주대학교 교수는 관광협회의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업종별 피해 사례를 제시했다. 당시 여행사들은 자체적으로 월급 삭감과 무기한 무급휴가, 희망자에 한해 일정기간 휴직 등을 시행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숙박업계는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이 80% 감소해 내국인 관광객 위주로 운영됐으며, 관광호텔의 7월 예약률도 10~15% 수준에 그쳤다. 관광지업계 중 공연장도 취소가 많아 문을 닫아야 할 위기를 맞았다. 기념품업계에는 무급휴가와 근무일수 조정(주 5일→주 3일), 순환제 휴직, 파트타임 종사원 사실상 해직 처리 등의 사례가 속출했다. 항공업계는 제주 기점 국제직항 노선 운항 정지 등으로 접근성이 악화되고, 승마장업계와 골프장업계도 고객이 줄거나 단체투숙객 위주로 예약 취소 사례가 계속됐다.

6월 제주행 관광객 확진자 판명… 외래시장 붕괴
행정기관 메르스대책 도내 관광업체에 신뢰 잃어
외국관광객 감소 속 7월 이후 내국인 급증 기현상


# 관광업계 불만 폭발

급기야 일부 업체가 개점 휴업을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관광업계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라일보가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7월 9일 제주도관광협회에서 '찾아가는 편집국'을 개설한 자리였다. 당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이에 의존하던 전세버스업체와 관광호텔의 7월 초 예약률이 각각 1~10%와 10~15% 수준이었다. 원희룡 지사가 관광협회 업종별 분과위원회와 관광 분야 젊은 인재들, 관광사업체 대표, 관광호텔 대표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후였지만 관광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단언했다.

도정에 대한 비판 중 제주도가 발표한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대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복잡한 절차와 미미한 지원 금액도 문제이지만 정작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를 위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한 숙박업체 대표는 제주도의 메르스 지원책에 의지해보려고 거래은행에 문의했더니 회사를 담보로 삼거나 신용보증기금 또는 신용보증재단을 이용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기존에 담보 한도가 설정돼 있어서 사실상 불가능했다.

까다로운 절차도 문제였다. 한 전세버스업체 대표는 관광진흥자금을 융자받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갔다. 요구하는 서류만 15개가 넘었는데 이후 연락을 받고 금융기관을 찾았더니 또 필요한 서류가 20여가지였다. "3000만원을 대출해주면서 1억5000만원짜리 전세버스 5대를 담보로 제공하라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대표의 재산등기부등본까지 제출하라고 해서 포기해야 했다. 한 외식업체 대표는 2개월째 적자를 감내하는 상황에서 위생검사하러 들이닥친 시청 관계자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제주관광 '극과 극'

여름방학이 시작된 7월 말부터 내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은 물론 메르스 사태 이전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렌터카 가동률은 사실상 100%를 기록했으며, 항공 예약률도 90%대를 웃돌았다. 여름방학 중 첫 주말에 제주공항 내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혼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목격됐다. 같은 시각 사설관광지는 물론 성산일출봉 등 공영관광지 주차장에서는 전세버스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안에 메르스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지난해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메르스 이전만은 못하니 정확한 진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국인 관광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국내 다른 공항을 경유해 제주를 찾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사라지자 그 자리를 내국인 수요가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관광의 역설'이라 불리는 현상이 제주관광에서 두드러졌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제주관광시장의 '극과 극' 현상은 이처럼 더욱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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