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국내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 문상철 전무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국내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 문상철 전무
"인재육성 위해 제주출신 인사 데이터 베이스화 필요"
  • 입력 : 2016. 01.01(금)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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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쟁력 1위 회계법인 임원으로 승승장구
25년 회계전문가 한우물, 업계 1위 수성 일익
'고객 일은 나의 일' 신조, '충성고객' 만들어
강도높은 업무마다 롤모델 생각하며 위기극복
유태인처럼 민·관이 힘 합쳐 인재육성 나서야
향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흑자인생' 계획


공인회계사를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 칭한다. 회계감사를 통해 기업들이 재무제표상 재무정보를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회계처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의 기업 재무재표 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투자자 및 금융기관 등은 투자와 대출을 결정하게 된다. 공인회계사는 소규모 인력으로 구성된 감사반 또는 일정 자본과 인력 규모를 갖춘 공인회계법인에 소속돼 일한다. 회계법인의 경우 국내에 15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삼일회계법인은 역사와 경쟁력 면에서 단연 업계 1위로 꼽힌다. 1971년 국내 최초로 라이부란회계법인으로 설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3000여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다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삼일회계법인에서 제주출신의 기상을 떨치며 임원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제주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삼일회계법인이 오랜 기간 업계 1위를 수성해 오는 데 일익을 담당해오고 있는 문상철 전무(50)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종횡무진 활약 중인 문 전무를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삼일회계법인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수업 시간에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날 이후 공인회계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매진했습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목표를 설정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었고 회계사 사관학교라 불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만 24년째 근무 중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은 기본적인 회계감사는 물론, 회계감사를 포함한 회계자문, 세무자문, 재무자문 등 3대 업무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업무강도가 무척 센 곳이지만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처럼 기업의 고민거리를 찾아내서 해결해내고 고객이 만족스러워할 때 느끼는 보람 때문에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힘든 과정을 거친다. 2차례의 이론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후 2년간 회계법인에서 실무수습을 거친 후에야 정식으로 공인회계사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상장회사나 큰 회사는 감사반에서 소화가 힘들기 때문에 주로 회계법인이 담당한다. 그래서 회계법인은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매우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년시절 허약체질로 잦은 병치레를 겪었던 문 전무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입사 7년차쯤 전문화된 컨설팅 업무 수행을 위해 10개월간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집에서 저녁을 먹은 횟수는 손을 꼽을 정도였고 주말 휴일 없이 일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생활을 했습니다. 결혼 5년 만에 힘들게 얻은 아이를 전혀 돌보지도 못해서 정신적 고통도 컸고요. 운전을 하면서 졸음운전으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업무수행을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경험은 저를 정신적·육체적으로 단련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웬만한 야근은 힘든 축에도 끼지 못했습니다.(웃음)"

이처럼 일을 그만둘 뻔한 무수한 고비가 있었지만 문 전무는 입사 초기부터 한 상관의 가르침을 따르며 힘든 시기를 극복했다. 문 전무가 멘토로 삼았던 그 상관은 4가지 태도를 강조했다. 고객이 직면한 문제를 진단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α정신)까지 제시할 것과 고객의 일을 내 일 처럼 생각하고, 끈기있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일하라는 가르침이었다.

"그 분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업무라 하더라도 항상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즐겼는데, 그런 적극적이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 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습니다만, 그때마다 무엇보다도 제가 멘토로부터 배웠던 가르침에 대한 실천노력이 오늘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실제 모 대기업을 삼일회계법인의 고객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가르침을 실천했고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부도위기였던 IMF 직후 구조조정과 관련한 자문을 담당한 그 기업과 회계감사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그 기업은 삼일회계법인에 6년간 매년 평균 10억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 줬다.

"당시 우리 고객이 아니었지만 저는 꼭 고객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고, 3년 정도 1주일에 한번씩 찾아가며 친분을 이어갔습니다. 어느날 회계법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시점이 되자 회계부서 부서장이 회계처리와 관련한 고민거리를 저에게 상담해왔습니다. 다른 회계법인이 감사한 것을 의뢰한다는 것은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지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제 일 처럼 일했고 그 뒤 저희와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주를 떠나 살아온 지 30년.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제주 사람이다. 제주 출신을 만나면 서울말을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느낄 정도다.

처음으로 뭍으로 나와 대학생활을 할 때도 제주도로 내려 갈 수 있는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방학과 동시에 제주로 내려가면 예전에 서부두로 불리던 제주시내 탑동을 가장 먼저 찾았다. 서부두에서 바다 냄새를 맡아야 제주에 온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란다. 제주에 대한 애정만큼 제주가 인재를 키우는데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태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언론과 경제, 정치, 연예분야에서 리더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유태인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유태인인 마크 주커버그, 레리 페이지, 벤 버냉키와 같은 세계적인 인물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태인의 인재육성 노하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주도 민관이 힘을 합쳐 인재육성을 위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각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주출신 인사들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제주도 지역별 관광 특구 개발 및 외국인 투자유치와 관련해 제주도청에서 발주하는 업무, 외국투자자의 투자에 따른 자문업무 등 다수의 자문업무에 관여하거나 수행 중이다. 오랜 시간 다양한 산업군과 일을 해온 그는 제주가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데 있어 투자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투자계획의 실현 가능성, 제주도를 위한 투자 수익의 재투자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되, 도민과의 소통과 지역상생 이라는 우선과제를 명심하면서 투자자와 도민을 포함한 제주도가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무는 앞으로 자신이 그동안 누려온 것을 남에게 베푸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살아갈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자신의 노력보다 남으로부터 받은 것이 더 많은 '적자인생'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은 인생을 다른 이들을 위해 베풀 수 있는 '흑자인생'을 살기 위한 계획을 구상중입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의 비상근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눔 활동을 통해 저 또한 향후 재능기부의 형태이든 물질기부의 형태이든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문상철 전무는 누구?]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 25년 동안 이끌어

문상철 전무는 제주시 일도2동 출신으로 일도초등학교와 제주중앙중학교, 오현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후 1990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 25년 동안 근무했으며 파트너 전무, Assurance4 본부 본부장직을 수행 중이다. 2009년 회계투명성 제고 공로로 금융위원회 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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