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조건들

[백록담]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조건들
  • 입력 : 2016. 01.04(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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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제주자치도가 의미있는 정책 하나를 내놓았다. 새해부터 '관광 질적 성장 지표'를 활용, 관광업계가 체감하는 관광정책을 펼치겠다는 내용이다. 1960년대 관광통계 작성 후 매년 시행해 오던 연간 관광객목표치 설정도 폐지키로 했다.

제주자치도의 정책 전환은 양적 성장을 넘어 제주 관광시장의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관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왔다.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지난 1966년 10만 명을 넘어선 후 1983년 100만명을, 2005년엔 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2년엔 1000만명을 넘어서며 대망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2015년엔 1300만명을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관광의 괄목 성장에는 일관된 정책과 함께 튼실한 관광기반의 힘이 컸다. 비록 양적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지만 50년이 넘게 굳건하게 지켜왔다.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에 이어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며 인지도를 끌어 올린 것도 주효했다. 각종 관광인프라 확충과 함께 접근성을 높이는 등 노력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속내를 살피면 사정은 확연히 달라진다. 2012년말을 기준으로 하와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799만명, 일본의 오키나와는 583만명에 그친다. 반면 이들 지역의 관광수입은 우리의 세곱절 가까이에 이른다. 체류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는 2박3일이 고작인데 반해 하와이는 7일, 인도네시아의 발리는 평균 2주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평균 체제일수는 지난 2011년 2.88일에서 2012년 2.69일, 2013년 2.58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관광객 1인당 소비지출액도 2012년 기준 44만6000원으로 하와이 182만원, 오키나와 93만원보다 훨씬 적다.

관광 및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정 관광객의 규모를 산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정 관광객 규모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은 십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취해 이같은 지적을 애써 외면해 왔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지금처럼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관련 수익은 기대치를 밑돌고, 불편이 계속되는 한 도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다. 최근의 관광트렌드에 맞는 관광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개별 및 목적 관광객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기존 상품만으로는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개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독특한 역사와 문화, 장수의 섬 등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면 스토리텔링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제주경제 평가와 2016년 전망'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관광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제주 문화·역사가 어우러진 스토리텔링 및 관광 콘텐츠의 체계적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존의 관광정책이 허술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음을 지적하는 조언이다. 국제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시사한다. 일대 변혁을 준비중인 제주자치도가 새삼 새겨들을 말이다. <현영종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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