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만 되면 으레 사람들의 관심은 노동자에게 몰린다. 주변에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해고 위기에 놓인 노동자가 없는지, 평소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건 '명절엔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체불 임금 해소·고용 안정 대책 등이 이맘때쯤 발표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노동계 화두는 설이 끝나도 계속 회자될 것 같다. 정부가 발표한 '양대지침'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노동계는 양대지침이 정식 해고 절차를 대신해 언제든 인력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노동계는 양대지침을 '쉬운 해고지침'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정부는 '쉬운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해고는 노동자에겐 두말할 나위도 없고, 정부에게도 입 밖에 꺼내기 힘든 민감한 문제다.
이석문 교육감도 그걸 아는 듯 했다. 그는 지난 2일 시민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를 해고하는 게 아니라 이들과의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 교육청이 발표한 영전강 변경안에는 영전강의 근무기한이 만료되도 이들에 대한 신규채용을 지양한다고 나와있다. 사실상 영전강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 일할 기회조차 막아놓고선 '해고'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궤변이다.
근로자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교육청의 인식도 납득하기 힘들다. 도 교육청은 영전강 제도가 사실상 실패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성공한 정책이라 여겼다면 이같은 안이 나올 리 없다. 그래서 궁금하다. 정부가 만들고, 교육청이 집행한 제도가 잘못돼 폐지해야 한다면 왜 그 책임은 노동자만 져야 하는가. 근로자를 바라보는 인식. 대개의 노동 문제가 이 지점에서 시작하듯, 해결의 실마리도 같은 곳에서 찾길 바란다. <이상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