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바오젠거리를 걷다가

[하루를 시작하며]바오젠거리를 걷다가
  • 입력 : 2016. 02.17(수)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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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 가면 우리말 보다는 중국말을 훨씬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간판도 우리말 간판보다는 한자 간판이 훨씬 많다. 1㎞가 채 못되는 거리는 흡사 중국의 한 거리를 제주에 옮겨놓은 듯하다. 작은 중국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이 거리의 이름인 바오젠이 오는 7월이면 5년의 사용기간이 만료 된다고 한다. 원래의 이름인 연동7길로 환원될 것인지 아니면 바오젠이란 이름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오젠거리는 2011년 중국 바오젠 그룹의 직원 1만여 명이 포상 여행으로 제주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명명된 이름이다. 바오젠을 우리식으로 표기하면 보건(保健), 바오젠거리는 보건로(保健路)이다.

바오젠 그룹 직원들의 제주 방문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우선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회사 직원 1만명 이상이 제주를 방문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기록을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바오젠 직원들의 제주방문을 기점으로 중국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 이전 제주 방문 여행객이 주로 일본인었다면 이때를 기점으로 하여 중국인 여행객 수가 일본인 여행객을 추월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제주 방문 외국인의 70% 이상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바오젠거리의 상인들은 현재의 이름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길 내심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바오젠이란 이름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데 굳이 바꾸어 혼란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인 여행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만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무려나 일개 회사 이름을 거리명으로 고착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바오젠 그룹이 딱 한 번 제주를 다녀간 후로 다시 찾지 않은데 대한 섭섭함이 배어있는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바오젠거리는 제주도 속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해서 그 자체가 관광자원인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과는 달리 바오젠거리의 넘쳐나는 중국인들을 볼 때마다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밤풍경이 떠오른다. 흑인 정권이 들어선 후 백인들이 운영하던 다운타운의 고층 빌딩들을 흑인들이 접수했다고 한다. 허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밤이 되어도 컴컴한 것이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보였다. 이 방치된 빌딩들을 중국 자본이 점령해가고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 묵직한 그 무엇이 어깨를 짓눌러오던 것을 필자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캐나다 제3의 도시인 밴쿠버의 인구 반 이상이 중국인이라 했다. 시장(市長)도 중국인이었고 상권도 중국인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인은 세계 곳곳에서 그들만의 소왕국을 일구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

제주도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의 투자도 상당한 양에 달한다고 한다. 부동산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중국인이 부동산계의 큰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했다. 일정액을 투자하면 제주도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겐 큰 매력이라고 한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제주도 땅의 절반쯤이 중국인에게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제주가 한국의 영토라 할 수 있을까? 중국인들은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로 똘똘 뭉쳐 차이나타운을 형성한 뒤 타민족의 진입을 허용치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결국 크림반도를 잃지 않았던가. 불야성을 이룬 바오젠거리를 걸을 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필자가 아직 글로벌한 의식을 갖추지 못한 탓일까. <권재효 지속가능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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