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물섬 제주, 우리는 왜 이들을 외면하는가 - (3) 제주 식물자원 세계화 주역 타케 신부(하)

[기획]보물섬 제주, 우리는 왜 이들을 외면하는가 - (3) 제주 식물자원 세계화 주역 타케 신부(하)
업적 재조명·기념사업 적극 나서야
  • 입력 : 2016. 03.03(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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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가 1911년 첫 도입한 온주밀감 1그루가 옛 서홍성당 자리에 남아 있다. 강경민기자

행정-학계-교계, 주불대사관과 협력 필요성 제기
제주 왕벚나무 세계화 추진 사업과도 연계 기대감
타케 이름 딴 거리·소공원·광장 등도 검토해볼만


지난 1월 27일 저녁 천주교 제주교구 서귀포본당(주임 현요안 신부)에서는 특별한 미사가 열렸다. 64년 전인 1952년 1월 27일 영면한 타케 신부를 기리는 기일미사가 처음으로 봉헌됐다. 타케 신부는 1902년부터 1915년까지 서귀포 본당의 전신인 한논(하논) 본당과 홍로 본당에서 제3대 주임으로 사목했던 프랑스인 사제다.

이날 처음으로 봉헌된 타케 신부의 기일미사는 제주에서 사목했던 사제들을 기리기 위해 제주교구의 제안으로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타케 신부가 제주에서 사목하는 동안 성직자로서의 본분과 더불어 왕벚나무 발견, 식물채집 등 식물학자로서의 족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미사를 주례한 현요안 신부는 "제주에서 사목하였던 타케 신부는 왕벚나무 자생지 제주를 유럽에 처음으로 알린 선각자"라고 소개하고 "이제부터라도 타케 신부를 재조명하고 그분이 이룬 식물학적 업적과 가치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 성당 카페갤러리 역사 전시관에 소개된 타케 신부. 강경민기자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말에는 서귀포본당 한 켠에 카페갤러리 '하논'이 문을 열었다. 카페 공간에는 서귀포성당 설립 115년 역사 전시관이 마련돼 있는데 이 곳에 타케 신부의 사진과 함께 그의 행적을 알리는 간단한 소개의 글이 붙어 있어 더욱 이채롭다. 이 곳에는 115년전 하논성당 초가집 모형도 만들어 전시 중이다. 서귀포본당에서는 타케 신부가 사목하였던 하논성당의 이름을 따서 '하논 순례자의 집', '하논갤러리'(역사관), '하논카페'라 명명했다.

천주교 서귀포본당을 주축으로 제주 가톨릭계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제주사회에서 여전히 타케 신부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기념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없는 자원도 만들어내 가상의 스토리텔링화하는 시대인데도 타케 신부의 업적은 잊혀지고 사장되고 있다.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타케 신부의 식물학적 업적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재조명과 더불어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타케 신부가 영면한 대구에서 타케 신부 재조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사회경제대학원장 정홍규 신부는 "왕벚나무와 온주밀감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로서의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타케 공원이나 거리, 혹은 광장을 만들수 있다고 본다. 제주도 식물원에는 타케의 이름을 딴 식물들을 별도로 조성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타케 공원은 일본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인 야쿠시마에 영국 출신의 식물학자 어네스트 윌슨(1876~1930)을 기리는 공원을 벤치마킹하자는 제안이다. 타케 공원을 통해 세계에 지역과 자원을 알리는 대상으로 삼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귀포성당 오충윤 사목총회장은 "기일미사 봉헌과 역사관을 통해 타케 신부의 업적을 재조명해야 하는 당위성을 더욱 절감한다"며 행정이 재조명과 기념사업에 적극 나서고 교계에서도 힘을 모은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와 자연친화도시를 지향하는 서귀포시가 타케 신부가 활동했던 공간을 중심으로 재조명과 기념사업에 적극 나설 필요성도 대두된다.

비록 늦은감이 있지만 왕벚나무의 세계화가 본격 시작되고 있는 지금이 제주 왕벚나무를 세계에 알린 타케 신부 재조명과 기념사업의 적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와 서귀포시, 교계, 학계는 물론 주한 프랑스대사관과도 힘을 모은다면 제주식물자원을 매개로 한 국제 문화교류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어 당국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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