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제주 인기 치솟으니 '삶의 질' 더 좋아졌나요?

[백록담]제주 인기 치솟으니 '삶의 질' 더 좋아졌나요?
  • 입력 : 2016. 05.09(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에서는 출·퇴근 때 교통체증이 없고, 집값도 수도권보다 훨씬 싸다. 게다가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으니 삶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몇 해 전 제주로 기업을 이전한 한 관계자는 제주 이전을 선뜻 반기지 않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제주의 매력을 풀어놨다고 했다.

그의 말은 지금도 유효할까? 얼마 전 만난 그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청정자연과 맑은 공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란다. 하지만 각종 개발사업으로 '제주다움'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그리고 삶의 질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직원들은 출·퇴근시 심각한 교통체증과 1~2년새 급등한 집값만 놓고 보면 수도권서 생활할 때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며 한 목소리를 낸다고 했다.

사정이 이쯤 되면 직장 이주나 온전히 개인의 선택으로 제주살이를 시작한 이들은 물론이고 제주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는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줄곧 더 많았는데 2010년부터 상황이 역전된다. 유입인구가 차츰 늘어나면서 2014년과 2015년 제주 순이동인구는 각각 1만1112명과 1만4254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올들어서도 3월까지 작년보다 37.9% 많은 4183명의 인구가 순이동했다.

유입인구 증가는 주택수요 확대로 이어져 제주지역의 2016년 공동주택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25.67%, 16.50%로 전국평균 상승률(공동주택 5.97%, 개별주택 4.29%)의 4배 안팎에 달했다. 전용면적 84㎡의 단지형 아파트가격이 4억5000만원 안팎에서 일부는 5억원을 웃돌고 있을 정도다. 작년 4월 기준 도내 5명 이상의 상용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체 근로자의 1인당 임금총액은 전국 최저인 245만5000원으로 전국 근로자 평균임금(330만5000원)의 74.3%에 그쳤다.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이상 모은다고 해도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넘치는 자동차와 생활폐기물은 또 어떤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도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43만5015대로 2013년(33만4426대)보다 30.1% 증가했다. 도내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4년 976.2t톤으로 2005년(643.6t)보다 51.7% 증가해 같은 기간 전국 생활폐기물 발생증가율(3.1%)의 17배나 됐다.

인구 급증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리니 집을 짓기만 하면 100% 분양이라는 '분양 불패' 분위기를 타고 농어촌 자연녹지에까지 다세대와 연립주택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나이들어 힘도 부치고 돈도 안되는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높은 땅값을 쳐주겠다는 유혹은 뿌리치기 쉽지 않다. 마을에 이주민들이 번듯하게 잘 지은 집은 기존 마을주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지는 경우도 적잖아 '마을공동체'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내수시장 형성을 통한 소비 활성화와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일정수준 이상의 인구 유지는 무척 중요하다. 그렇다면 제주가 좋다며 찾아오는 관광객과 이주민, 투자자들을 무조건 반갑게 맞아야 하는데, 그로 인한 '명(明)'의 한편으론 '암(暗)'도 만만찮다. 때문에 그들을 향해 진정으로 '웰컴 제주'만을 외칠 수 없다는 이들이 생겨나는 게 현실이니 지속가능한 제주미래를 위한 냉정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미숙 경제부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82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