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양성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양성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외지 자본 들어오는 제주… 고용노동문제 대비해야"
  • 입력 : 2016. 08.25(목)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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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벌초 행사를 꼬박꼬박 챙기며 '제주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양성필 위원은 제주에 외지 자본이 많이 들어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문제 해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미현기자

행정고시 사회직 수석 합격 후 20여년 고용노동부 몸담아
2011년 최대 사회 이슈 비정규직 종합대책 실무라인 주도
"제주자치도 고용·노동문제 행정 이원화… 기관 연계 필요"

노동자와 사용자간 분쟁이 생겼을 때 '조정전치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노사 분쟁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노사간 이익 및 권리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정·판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한다. 최근 일반직고위공무원 승진과 함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직을 맡게 된 제주출신 양성필(50) 위원을 지난 12일 만났다.

"노동자와 사용자간 갈등이 법원으로 가기 전에 무료로 법률적 해석과 당사자 입장을 조정하는 곳이 지방노동위원회입니다. 쉽게 말하면 노사간 싸움을 말리는 역할인데 양쪽 모두를 위한 기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임위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저의 판단이 최선인지 고민하면서 가급적 노사가 화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그것이 안될 경우 수용가능하게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사분쟁 비용 최소화 해결 업무

양 위원이 재직 중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경우 1년에 4000건이 넘는 사건을 무료로 다룬다. 그중 75% 정도가 화해되거나 취하되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이 500여건 정도 발생한다. 거기서 다시 소송으로 가는게 150여 건이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되는 사건의 96% 정도가 법원을 가지 않고 해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노동위원회는 노사 분쟁을 신속하고 비용 부담없이 간이한 절차로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양 위원은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 사회직을 수석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행정고시에 여러차례 도전했고, 세번째에 비로소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급격한 산업화 속에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면서 노동 이슈가 부각되었기에 사회직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또한 군복무 등의 이유로 학생운동에 적극 나서지 못해 일종의 부채의식 같은 것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그는 회고했다. 입직한 이후에도 노동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7년에는 영국 킬(keele) 대학교에서 인적자원관리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2년에는 아주대학교에서 노동법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 '판례로 보는 산업안전보건법'도 출간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재직하며 그간 부산지방노동청 관리과장(2004), 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장(2009),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2012), 부산고용센터 소장(2013),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2015) 등 주요 직책을 거쳤다. 2011년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무라인을 주도했다. 당시 비정규직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불합리한 차별 해소, 사회안전망 및 복지 확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 공로로 그는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고용노동부 정책 MVP'에 선정됐다.

고향서 임금체불 민원 기억 생생

"당시 사회적 요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시정하라는데 모아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격차해소와 함께 비정규직의 복지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차별시정 신청기간 확대,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권한 부여, 영세사업장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불법 파견시 즉시 고용의무 부과 등의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지금도 비정규직 문제는 어렵습니다. 사용자는 유연성 문제로 바라보고, 노동자는 차별과 남용의 문제로 바라봐서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지요."

서울서부지청장 기관장으로 일하면서 마포, 은평, 용산, 서대문구 4개 구 고용노동정책 전반을 집행해본 경험도 공직자로서 큰 보람으로 남아있다. 또한 제주에서는 1995년부터 8개월동안 제주지방노동사무소에서 근로감독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당시 임금 체불 민원으로 아찔했던 경험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추석 명절 연휴에 집단체불 발생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명절 전후는 특히 임금체불 해소기간으로 집중 감독하는 터라 현장에 나가봤는데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을 때까지 저와 다른 직원 한명을 방에서 나갈 수 없게 했습니다.(웃음) 경찰까지 출동해 협상을 한 끝에 전액 지급을 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해결해 무사히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업화가 막 시작됐을 당시에는 인력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주된 정책 과제였다. 그리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근로자의 근로 조건과 노동조합 탄압 문제, 부당노동행위 등이 이슈가 됐고 지금은 실업문제와 고령화 사회 대비 문제가 가장 주된 현안이다.

노사 포함 공감대 이룰 정책 절실

"지속적으로 산업구조는 변화될 것이고 고령화가 진행돼서 노동시장에서의 구조가 계속 변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용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머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변화의 속도도 빨라서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고 그래서 과거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노사 포함 사회적으로 공감이 가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지역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고용과 노동문제 행정이 이원화된 특수성을 갖고 있다. 취업알선 등은 도가 담당하고, 근로조건보호와 산업안전보건문제는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그러나 실업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곧 임금이 체불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용과 노동문제 동시에 얽혀있는 부분에서는 원활한 업무 처리가 아쉬운 상황이다. 양 위원은 현 제도 틀 내에서 기관 통합은 아니더라도 연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제주에 외지 자본이 많이 들어오면서 본사가 육지에 있는 경우 발생하는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서면근로계약, 임금지급 원칙을 담은 3대 기초고용질서 준수 지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제주 도내 근로자와 사용자도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 상담전화 1350을 적극 이용할 것도 양 위원은 당부했다.

그는 대학 때부터 시작된 오랜 서울 생활에도 고향 벌초 행사를 꼬박꼬박 챙겨온 것은 물론 대학 향우회장으로 활동할 때 부회장이던 아내와 결혼해 여전히 제주 사람으로 살고 있다.

"제주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제주어를 쓰게 됩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전통을 유지하는 가운데 외지인 유입이 늘고 있는 만큼 이주민과 조화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와 환경이 연상되는 고향으로 영원히 남기를 기대합니다."

[양성필 위원은…]

서귀포시 보목동 출신으로 서귀포고등학교(14회)와 한국외국어대(영어과)를 졸업했다. 2007년 영국 Keele 대학교 인적자원관리(HRM) 석사, 2012년 아주대학교 법학박사(노동법)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 사회직에 수석합격하며 입직했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2015)을 비롯 부산고용센터 소장(2013),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장(2012), 고용차별개선과장(2011), 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장(2009)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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