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전자책 지고 다시 종이책 뜨다

[책세상]전자책 지고 다시 종이책 뜨다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 입력 : 2016. 09.09(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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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의 명문서점 트론스모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오슬로 시민과 독자들은 "트론스모가 없으면 오슬로의 지성이 죽는다"면서 서점지원운동을 펼쳤다. 공공재단이 재정을 구체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가디언'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도미니카넌서점이 폐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세계의 시민들이 크라우드펀딩에 나서 도움을 줬다. 우리 사회가 무턱대고 전자책을 운운하는 동안 세계인들은 이렇게 종이책 읽기의 가치와 효용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유럽과 중국, 미국, 일본, 한국의 개성 있는 독립서점을 방문했다. 그 서점들을 이끄는 서점인들도 만나 책의 정신과 서점의 철학을 토론했다. 디지털 문명시대에 서점의 길, 출판의 정신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 책을 여느 여행 가이드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개성 있게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인의 철학을 탐구하고, 서점이 존재하는 나라와 사회의 지성과 문화를 말한다. 서점들이 기획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소개한다.

책은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독립서점 일곱 곳을 탐험한다. 유럽적인 서점의 스타일과 전통을 구현하는 서점인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미국의 서점 네 곳은 서점의 또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저자가 탐험하고 담론하는 서점들은 오늘날 유럽과 미국이 추구하는 정신과 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헤아리게 만들어준다. 중국의 서점 여섯 곳도 눈길을 끈다. 문자의 나라이자 책의 나라인 중국은 독서의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의 새로운 지적 차원을 알려주는 중국인들의 독서열과 독서력은 우리로 하여금 경각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일본의 개성 있는 두 서점 이야기 역시 출판대국이자 독서대국 일본의 저력을 일깨워준다. 어린이서점 크레용하우스가 펼치는 생명운동과 평화운동은 단연 주목을 끈다. 평화운동의 선두에 서 있는 창립자 오치아이 게이코의 활약은 아베 같은 우파 정치인을 넘어서는 일본의 양심이고 희망이다. 책이 소개하는 부산의 영광도서와 보수동 책방골목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서점의 역사도 배울 수 있다. 고단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출판 문화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지난 4월 종이책의 미학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게 제작된 '세계서점기행'은 출간 직후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중국의 유명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내년에 출간하기로 했다. 이번에 펴낸 책은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한 보급판이다. 한길사.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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