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제주도 감귤정책 “그 때 그 때 달라요”

[백록담]제주도 감귤정책 “그 때 그 때 달라요”
  • 입력 : 2016. 09.12(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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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인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살면서 '소길댁'으로 불리던 이효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영귤청 담그는 사진을 올렸다. 그녀가 영귤을 얇게 썰어 설탕을 섞어만든 사진의 힘은 대단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영귤청 담그기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영귤은 구하기 힘든 품종으로 소비자들이 대신 찾은 것이 덜익은 감귤이었다.

당시만 해도 덜익은 감귤은 '미숙과'라며 제주도 감귤생산 및 유통 조례로 시장 유통을 금지하고 있었다. 해마다 9월 추석 대목을 노려 일부 얌체 상인과 농가에서 덜익은 감귤을 강제착색시켜 완숙감귤로 속여팔면서 감귤의 이미지를 흐려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효리가 영귤차를 담그는 사진과 완숙감귤보다 덜익은 감귤에 항산화활성이 높은 플라보노이드가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덜익은 감귤을 찾는 소비자들이 생겨났다. 그 즈음 서울에 사는 한 후배의 "주변의 주부들이 감귤청을 만들겠다고 야단인데, 재료 구하기가 어렵다. 제주에서 덜익은 감귤을 미리 좀 따내면 생산량 조절도 되고 일석이조가 아니냐?"는 질문에 난 "덜익은 감귤은 도 조례로 유통이 금지되고 있어서…"라는 원론적인 답을 했었다.

그런 덜익은 감귤이 올해부터 합법적으로 시장 유통이 가능해졌다. 수요가 생겨나면서 덜익은 감귤을 재래종 감귤품종인 '청귤'로 둔값시켜 유통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불러오면서 제주도가 조례를 개정해 덜익은 감귤 유통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덜익은 감귤을 청귤과 구분하기 위해 '풋귤'이라는 이름으로 8월31일까지 유통을 허용했다.

제주도가 풋귤 출하를 허용한 명분에는 '농가소득 향상'과 '풋귤에 함유된 기능성으로 산업화를 모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개발공사 등 도내 2개 감귤가공업체에서 풋귤 1만t을 수매하겠다던 제주도의 계획은 뚜껑을 열어보니 고작 173.2t 수매에 그쳤다. 수매량이 목표치의 1.73%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풋귤 가공업체의 생산설비를 감안해 풋귤 직경이 49㎜ 이상인 것을 골라따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라는 것이 농가들의 얘기다. 풋귤청을 담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게 대부분인 인터넷 유통가격은 ㎏당 2500~3000원인 데 반해 도내 가공업체의 수매단가는 ㎏당 320원으로 훨씬 낮았다. 농가 입장에선 완숙감귤로 내다파는 게 더 이득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8000t의 풋귤을 수매할 계획이던 제주개발공사 입장에서도 풋귤 농축액 판매처가 없었다. 딱히 풋귤 농축액 판로도 없으면서 제주도의 정책변화에 맞춰 사들이려던 상황이었다. 만약 올해도 내년에도 풋귤을 내다팔려는 물량이 넘쳐난다면 개발공사는 완숙감귤의 가공용감귤 농축액을 제때 내다팔지 못하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어디 이 뿐인가? 제주도가 감귤상품 기준을 크기에서 맛 중심으로 전환, 크기가 작아도 맛(당도)만 좋으면 출하를 허용하려던 방침은 최근 '없던 일'로 결론내렸다. 감귤 당도를 측정하는 비파괴선과기가 갖춰진 감귤 산지유통센터(APC)의 처리량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고, 감귤 상품량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행정이어야 도민으로부터 신뢰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최근 제주의 생명산업이라고 부르짖는 제주도의 감귤정책에 대해 농가에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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