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세계환경허브를 꿈꾸는 제주도의 일그러진 자화상

[백록담]세계환경허브를 꿈꾸는 제주도의 일그러진 자화상
  • 입력 : 2016. 09.19(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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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9월6일부터 15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구촌 최대의 환경축제인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제주도는 2020년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받겠다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세계환경허브(수도)는 환경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서 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환경도시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제주도는 오는 202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목표로 이를 위해 '세계환경허브 평가 및 인증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당시 줄리아 사무총장은 "UNEP(유엔환경계획)의 전통은 지구적인 환경의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에 제주에서 처리된 발의안들을 통해 앞으로 IUCN을 포함한 전 세계가 현재와 향후 환경 문제에 대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유영숙 환경부장관은 "세계환경허브 평가 및 인증시스템 개발 등 이번 총회를 통해 5가지 주제로 열린 포럼과 회원 총회에서 도출된 성과는 앞으로 자연보전의 큰 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총회에서 결의된 사항들에 대해 제주도와 IUCN 등과의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세계환경허브로 인증을 받겠다고 선포한 지 4년이 지나고 있으나 제주의 환경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 유입수 과부하에 따른 기능상실로 방류수 기준치를 초과한 배출수가 바다로 방류돼 수개월 동안 해양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내 가정에서 배출되고 있는 과자·세제·라면 봉지 등 폐필름류는 넘쳐나고 있으나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폐필름류를 다른지방에서 가져다가 벙커C유를 대처하는 재생연료를 생산해 내는 일이 수년 동안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필름류를 재활용의무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고 전국지방자치단체에 1t당 4만원의 필름류 수거·선별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나 제주도의 안일한 대응으로 수년동안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도내 발생 쓰레기를 자체 처리하지 못해 압축 포장해 보관하고 일이 벌어지고 있고 다른지방 반출처리까지 검토하고 있다. 제주북부광역매립장인 경우 1일 240t의 생활쓰레기가 반입되고 있으나 처리량은 110t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압축 쓰레기 다른지방 반출처리 시 연간 30억 원 정도의 도민혈세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도가 인구 유입에 따른 쓰레기 발생량 등을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했으면 이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린 하와이를 방문한 원희룡 지사는 지난달 31일 현지 한 호텔에서 열린 세계환경허브사업 워킹그룹 및 조정위원회에서 '세계환경허브 평가 및 인증시스템 구축'과 관련, "평가 및 인증시스템 개발로 국제기구와 국가, 지방과 지역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은 지역 스스로가 환경허브를 조성하고 환경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전하는 선순환체계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쓰레기 천국'이란 오명을 얻고 있는 제주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외면하고 국제사회무대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전하는 선순환체계를 운운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20년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추진하면서 도내 쓰레기 자체 처리는 고사하고 방류수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까지 청정바다로 흘려보낸 것이 청정과 공존을 제주의 미래 핵심 가치로 내건 원희룡 도정의 철학인지 제주도민들은 묻고 있다.

<고대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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