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트장 재발견…역사·교육현장 재활용 '주목'

영화세트장 재발견…역사·교육현장 재활용 '주목'
  • 입력 : 2016. 09.29(목) 09:41
  • 연합뉴스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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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태양의 후예 세트장.

그동안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받던 영화와 드라마 세트장이 지역의 역사와 교육현장으로 잇따라 재활용돼 주목된다.

수십억 원을 들인 세트장이 촬영 이후 철거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안보교육 현장 등으로 재활용하면 부가가치가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촬영세트장은 흉물로 방치되기 일쑤였다.

횡성의 '토지' 등 강원도 내 곳곳에 조성된 세트장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왔다.

'우선 유치부터 하고보자'며 지자체가 충분한 분석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강원지역의 경우 춘천의 겨울연가나 강릉 정동진의 모래시계 이후에 지역 경기에 미친 효과는 기대보다 적었다.

하지만 최근 제2한류 바람에 힘입어 보증수표와 같은 스타가 출연하는 데다 지자체가 치밀한 분석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대표적인 곳이 강원 춘천시 옛 미군기지터인 캠프페이지에 조성된 영화 '군함도' 세트장이다.

지난달 17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군함도 촬영장 앞에 배우 송중기가 촬영차 방문하자 중국에서 온 팬 10여명이 줄지어 앉아 있다.

세트장은 캠프페이지 약 5만5천여㎡에 조선인이 강제 노역을 하던 섬의 80% 크기로 그대로 재현했다.

일본 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 나가사키(長崎) 하시마 섬(端島)에 강제 징용된 뒤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 400여 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배우에다 지난해 큰 흥행을 이끈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작품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높다.

영화는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군함도' 촬영지원 협약



춘천시와 공영개발사업소는 3월 군함도 영화촬영을 위해 옛 미군 부대인 캠프페이지 터에 대해 부지임대 계약을 맺고 세트장으로 임대했다.

애초 임대 기간이 올해 말까지 였지만 내년에 있을 제작발표회까지 촬영을 연장해주기로 최근 결정했다.

영화가 흥행하면 관광 효과가 매우 높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달 12일에는 강원도와 춘천시, 화천군, 고성군은 영화제작사와 도내 촬영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했다.

화천에서는 독립군 기지를, 고성에서는 바다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영화세트장이 있는 춘천 캠프페이지에는 벌써 중국 관광객이 배우 송중기를 보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춘천에서 촬영된 드라마 겨울연가에 이어 제2의 춘천 한류를 예고하는 것이다.

또 춘천시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재현한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도 높을 것을 보고 후손들의 역사교육 현장 차원에서 영화 개봉 이후 존치 여부도 검토에 나섰다.

춘천시 관계자는 "철거보다는 캠프페이지 부지 활용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역사교육의 공간으로 유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류스타가 대거 출연해 관심이 높은 영화 제작발표회가 열린다면 지역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 부지임대 기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도 "일제 강점시대를 다룬 이 영화가 일본에 있는 그대로 섬을 재현한 만큼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상기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다"며 "촬영 이후 철거보다 최소한 캠프페이지 개발 전까지 남겨 두고 후손이 와서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백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큰 인기를 끌자 태백시가 1억7천만 원을 들여 촬영지였던 한보탄광 폐석장 일부에 2천㎡ 규모의 세트장을 복원해 12일 개장했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추석 연휴 5일간 관광객 1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상종가다.

태양의 후예 세트장 복원이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태백시는 2018년까지 사업비 131억 원을 들여 태백세트장 일대에 레스토랑, 발효음식 저장시설, 갱도 체험시설, 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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