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제대로 된 축제 평가부터

[편집국25시]제대로 된 축제 평가부터
  • 입력 : 2016. 10.20(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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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축제·행사 예산 총액한도제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각 지자체가 축제·행사비로 짤 수 있는 예산 한도를 2015년 편성 규모만큼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령 2015년에 편성한 축제 예산이 100억원이라면 내년부턴 축제에 투입하는 예산은 100억원을 넘을 수 없다.

제주도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얼핏 '작년 규모만큼만 예산을 짜면 되지 무슨 고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도는 축제·행사 예산을 9개 과목으로 나눠 편성해왔는데, 정부는 이 가운데 축제·행사 예산으로 인정하는 과목을 ▷행사 운영비 ▷행사실비보상금 등 4개로 제한했다.

이 지침대로라면 도는 2015년 기준으로 이 4개 과목에 반영된 예산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축제비를 편성해야 한다.

도가 작년 9개 과목에 편성한 축제 예산은 527억여원. 이중 260억여원만 정부가 인정하겠다는 '4가지 예산 과목'이다.

도는 절반이나 예산이 잘려나가면 주민들이 반발한다며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5개 과목' 가운데 3개를 행사 운영비와 같은 '행사 과목'으로 돌려 편성키로 했다. 정부가 이런 '궁여지책'을 수용할지 미지수지만 제주도로선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뭐라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앞으로의 고민은 '예산 총액'에 목맬 게 아니라 난립하는 도내 축제·행사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해 구조조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지난 9월 도가 공개한 축제·행사 평가는 오류투성이었다. 고용유발효과를 92만명으로 산출한 마을 체육대회에서부터, 1년 만에 지역경제파급효과가 1000배 가까이 쪼그라든 축제까지 평가가 엉망진창이다. 당시 담당자는 "각 읍면동·행정시가 수치를 잘못 기입한 것 같다"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사실 축제효과를 정확히 분석할 능력도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돌려 얘기하면 앞으로 어떤 고민을 해야할지는 굳이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제주도가 더 잘 알고 있단 뜻이다. <이상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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