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7)서귀포시 대륜동 호근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7)서귀포시 대륜동 호근리
공동체가 가꿔온 분수림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결실
  • 입력 : 2016. 10.25(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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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새마을금고 옥상에서 각시바위 방향으로 바라본 마을 풍경(위)과 동쪽 서홍동 지역에서 호근리 방향으로 바라본 하논분화구(아래).

해발 700m 지역부터 해안 돔베낭·속골까지 마을 뻗어
"어업인구 없지만 바다자원 활용 관광상품 판매하는 꿈"
치유의 숲 '차롱도시락' 넘어 경제효과 확대 방안 기대



숲의 위대한 가치를 입증해주는 마을이다. 울창한 숲은 이제 도시화된 생활 속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공간이 됐다. 인간은 자연의 품속에서 맑아지는 그 무엇을 느낀다. '서귀포 치유의 숲'을 유치해 마을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냥 지리적 장점으로 얻은 혜택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마을 공동체가 분수림(分收林)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장기적인 노동력 투자를 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지금 경로당의 어르신들이 젊은 날 다음 세대를 위해 흘린 땀이 결실을 얻고 있다. 그 장기적 안목을 더 큰 부가가치로 극대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마을공동체가 무척 바쁘다. 17세기 고지도에서부터 확인되는 호근리는 호근뢰리(好近磊里) 또는 호고목촌(好古木村)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호근뢰리의 뢰(磊)다. 돌무더기가 많은 곳이기에 제주어 '머들'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호고목촌은 말 그대로 '고목들이 좋은 마을'이다. 호근리는 원래 동호근과 서호근이 있었으나 100여년 전에 분리돼 서호근은 서호리가 되고 동호근은 그대로 호근리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서귀포시 구도심과 신시가지 사이에서 자연친화적인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이다. 북쪽 한라산 방향으로 올라가 해발 700m가 넘는 지역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수많은 과수원들과 함께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바닷가에 도달하면 외돌개 부근부터 서쪽 돔베낭골 절경을 지나 속골까지 영역이다. 지질학적 특징을 가진 두 곳이 있다. 솟아난 곳과 들어간 곳. 솟아난 곳은 각시바위 봉우리고 들어간 곳은 하논분화구다. 섬 제주의 대부분 오름은 화산폭발에 의해 생겼지만 각시바위는 조면암이어서 융기작용에 의해 생긴 오름이라는 것. 하논분화구는 겉으로 보기엔 논이지만 국내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5만년 세월을 파악할 수 있는 타임캡슐. 4·3 이전까지만 해도 호근리에 하논골이라는 부락이 있었다고 한다.

올레7코스 돔베낭골 절벽 위에 줄지어 선 소나무들의 기백이 느껴진다.

오종석(63) 직전 마을회장이 밝히는 호근리의 설촌 역사는 이렇다. "고려 말에서 조선건국 시기에 조씨와 한씨가 들어와 살면서 설촌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집안에 장가를 든 성씨들이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 되었지요. 마을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한참 올라가 각시바위 동쪽 비탈에 포제단을 마련해 포제를 올립니다. 설촌 초기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포제를 지낸 기록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70여 명이 목숨을 잃은 4·3 와중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보통 마을 가까운 곳에 포제단을 마련하지만 멀리 각시바위까지 힘겹게 올라가 제를 올리는 것은 지극정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

서귀포 치유의 숲 입구에 나무 이미지를 살린 안내판이 서 있다.

건강한 현역 농민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시는 허인범(81) 어르신으로부터 마을공동체 규약이었던 차일장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한양에서 가져와 400년 가까이 쓰던 상여가 있었습니다.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지요. 그 상여를 쓰기 위해서는 계원으로 가입을 해야 합니다. 자식이 계원이라야 부모가 그 상여를 타고 저승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효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마을공동체 운영의 중심에 상여 운영이라는 강제력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 집안처럼 살아온 사람들의 땅이기에 마을 결속력이 엄청나다고 했다.

현명철 마을회장

현명철(60) 마을회장이 밝히는 당면과제와 숙원사업은 이렇다. "치유의 숲을 서귀포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연계해 마을회에서 펼치는 사업으로 '차롱도시락'이란 등록된 상표를 가지고 치유의 숲 방문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해야 할 실정에 놓여 있습니다. 주민들이 치유의 숲과 관련해 고용도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마을 자체적으로 방갈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일정 기간을 가지고 숙식을 하면서 숲이 지닌 치유효능을 프로그램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귀포시가 치유의 숲이라는 시설을 했다면 이를 운영하고 발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경제와 연동시키는 일은 호근마을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유의 숲을 산림과 관련된 업무로 국한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건축미와 실용적 공간이 아름다운 마을회관 건물.

오민학(52) 마을회부회장은 호근리의 미래를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렇게 밝혔다. "호근리는 분명 바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속골에서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대부분이 절벽이어서 어업인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옆 마을에서 바다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랜 기간 이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진정도 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답보상태입니다. 합리적 상생방안을 찾아줬으면 합니다. 마을과 마을이 갈등을 빚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마을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꿈꾸는 미래는 호근리가 하나의 관광벨트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림자원과 농업 생산물만이 아니라 바다를 활용한 마을사업이 있어야 독자적인 마을관광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생각. 야무진 꿈이었다. 경관적 가치로만 바라보는 바닷가에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바닷가로 활용가치가 옮아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호근리는 일찍부터 산림계를 조직해 분수림 사업을 꾸준하게 펼쳐온 장기전에 강한 마을이다. 이러한 성과와 자부심을 가지고 궁극적으로는 가장 성공적인 마을기업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마을기업에서 배당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겠다는 꿈에 가득 차 있었다. 이를 현실이 되게 하기 위한 제주의 공동체 정신을 허인범(81) 어르신의 일갈에서 찾는다. "이녁만썩 살잰허민 인심이 구져진다." 인심 좋은 호근리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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