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막막한 현대철학 만만하게 읽기

[책세상]막막한 현대철학 만만하게 읽기
이병창의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
  • 입력 : 2016. 12.09(금)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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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시대의 상식을 깨는 작업이다. 바로 이 점이 철학이 어려운 이유다. 이에 저자는 난해한 현대철학을 가능한 한 쉽게 써보고자 했다며 책의 서두에서 집필 목적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철학 사조 혹은 철학자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 시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토대로 왜 그 사조가 발전했고 특정 철학자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 이해를 돕는다. 아나르코생디칼리슴(무정부주의 운동)의 기초를 닦은 프루동이 주목받은 이유는 근대 자본주의 초기였던 당시, 사회적 불평등이 일차적 화두였으며 그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책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중점으로 니체부터 지젝까지 20인의 현대 철학자를 다룬다. 여기서 '현대'는 20세기란 시간적 범위를 의미함이 아니다. 저자는 현대를 '세계 도처의 노동자들이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던 시대'로 규정하며 그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발전시킨 철학만을 선택적으로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이 철학들을 모두 묶어 아방가르드 철학이라 간주한다. 그리고 그와 긴밀하게 관련된 아방가르드 예술에도 주목한다.

이처럼 책은 철학과 시대상, 철학과 예술의 관계를 조명한다.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시대의 흐름을 다루며 그 속에서 철학의 의미를 찾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철학과 예술, 그 상호 간의 영향력에도 주목했다. 철학은 예술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예술은 철학을 지주로 삼기 때문이다. 현대철학이 막막하기만 한 이들이 조금은 쉽게 현대철학에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으로 이 책을 권한다. 팬덤북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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