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9)]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⑨ 몽골의 제주식물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9)]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⑨ 몽골의 제주식물
제주 바닷가서 본 염생식물, 몽골 툴강가에서 발견돼
  • 입력 : 2017. 03.13(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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릉산에서 바라보는 툴강(Tuul River). 울란바토르 북부 헨티산맥에서 발원해 울란바토르를 지나 704㎞를 흘러 오르혼강과 합류한다.

릉산 주변 염분 높아 ‘염생식물’ 주로 분포
표선·하도 해안에 자라는 명아주 등 보여


멀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정도 큰 건물들과 주유소도 보인다. 룬솜이다. 울란바토르를 출발한지 두 시간, 110㎞를 왔다. 아침식사가 간절해지면서 어느 식당에 도착했다. 이 식당은 그동안 서너 차례 이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꽤 익숙한 곳이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 왔다. 정상에 오보가 있는 나지막한 동산을 그린 유화다. 엥헤는 릉이라고 했고 우리는 릉산이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신성한 곳으로 여기며, 여자들은 정상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금기도 있다. 릉이라는 이름이 무덤을 연상하게 돼서 기억하기는 좋다.

몽골의 행정구역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아이막 21개와 서울에 해당하는 울란바토르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막에는 읍이나 면에 해당하는 솜들이 있는데 이 룬솜은 토브아이막의 한 읍이라고 할 수 있다. 룬솜의 인구는 2500명 정도, 그 중심이랄 수 있는 이곳의 인구는 1300명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2㎞ 거리다. 릉산에 오르자 넓은 강이 펼쳐진다. 강폭은 수 백 미터에 이를 것 같다. 이 강은 툴강 또는 툴라강이라고도 부른다. 몽골에서는 일반적으로 카탄(여왕이라는 뜻) 툴이라고 한다. 울란바토르 북부 헨티산맥에서 발원하여 울란바토르를 지나 남서쪽을 크게 반원형을 그리면서 흐르다가 다시 북서쪽으로 흘러 오르혼강과 합류한다. 길이는 704㎞, 유역면적은 4만9840㎢에 달한다. CE 1240년에 편찬된 몽골비사에는 '툴강의 흑림'으로 자주 나타난다.

미나리아재비과의 나도마름아재비. 몽골의 모든 식생대에 분포하는 염생식물이다.

이곳 릉산 주변의 강변 진흙바닥이 하얀색이어서 이채롭다. 염분농도가 높아서다. 자라고 있는 식물들도 염생식물 일색이다. 우선 화려하게 꽃이 피어 있는 종으로 미나리아재비과의 나도마름아재비(Halerpestes salsuginosa)가 눈에 띈다. 이 종의 종소명 salsuginosa는 salsus(염분이 많은)와 ginosa(자라는)의 합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 자체로 '염생'이라는 뜻이다.

환경적응력이 좋아서 몽골의 6개 식생대 모두에서 자란다. 염분이 많은 강변, 호숫가, 초원, 사면의 모래땅 습지대에 자란다. 중국, 카자흐스탄, 북한, 파키스탄, 러시아의 시베리아, 시킴에 분포한다.

제주도 아니면 육지 어느 해안에서 봤음직한 종이 보인다. 뿔나문재(Suaeda corniculata)다.

명아주과의 뿔나문재. 제주도에 자라는 나문재, 해홍나물과 근연종이다.

이 종은 제주도에도 살고 있는 나문재 같기도 하고 해홍나물 같기도 한 외모를 갖고 있다. 뿔나문재의 우리말 이름은 나문재 무리에 속하면서 잎의 모양이 뿔을 닮았다는데서 착안했다. 염분이 많은 사막, 호숫가, 강가에 자란다. 중국의 내륙지방, 내몽골, 러시아의 남유럽과 남 시베리아와 연안 지역, 중앙아시아, 남서 유럽, 남동 우크라이나 등 남동 유럽에 분포한다.

눈에 익은 명아주과의 취명아주(Chenopodium glaucum)도 보인다. 이 종은 제주도에서도 흔하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난대아열대산연구소 표본실에는 표선과 하도 해안에서 채집한 표본들이 있다. 어떻게 제주도 해안에 자라고 있는 종이 이곳에도 자라고 있단 말인가. 이 두 지역 간에는 거리도 거리려니와 토양과 기후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명아주과의 취명아주. 제주도 해안에서도 자란다.

아무리 분류학을 전공했다고 해도 이처럼 자생지 환경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곳에서 만나면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보게 마련이다. 염분이 많은 해변, 습지, 들판, 물길주변에 산다. 국내의 문헌에는 러시아의 극동과 남동시베리아, 일본, 중국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탐사로 몽골에도 널리 분포하는 것이 확인된다.

여기에서 바닷가에서나 자라는 염생식물들을 보게 되다니…. 이들은 왜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일까? 한라산 식물의 기원을 푸는 또 하나의 열쇠는 아닐까?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북극해로 흐르는 툴강


강은 몽골어로 골(gol) 또는 모론(mOrOn)이라고 한다. 후자는 비교적 큰 강에 쓰인다. 몽골어에서는 흔히 강의 이름에 -iin (-ийн) 또는 -yn (-ын)을 붙여 소유격의 형태를 만든다. 예를 들면 이더강(Ider River)을 이더린 골(Ideriin Gol)로 하는 방식이다. '이더의 강'이라는 뜻을 갖는다.

가장 긴 강은 오르혼강으로 1124㎞에 달하며, 다음은 헤를렌강으로 1090㎞이다.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 525㎞의 거의 두 배나 되는 길이다. 다음으로 긴 강이 바로 이 툴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강이 바다로 흐르기 때문에 강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몽골에서도 바다로 흘러가는 강도 있지만 호수로 흐르는 강도 많다. 흘러가는 방향도 제각각이어서 어떤 강은 북극해로, 어떤 강은 태평양으로, 또 어떤 강은 호수로 흘러가서 일생을 마친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호수로 흘러드는 강이 많다. 그러면 이 호수는 유입량에 따라 수위가 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따라 호수의 크기나 깊이가 변하고, 사라져버린 호수들도 있다.

오르혼강은 치코이강, 드지다강, 에그강, 카눌강, 이더강 등과 합쳐져 셀렝게강을 만들고 이강은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면서 바이칼호수로 흘러든다. 물론 나중에 이 바이칼호수의 물은 다시 러시아의 앙가라강을 통하여 결국 북극해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몽골 오르혼강 낙동강의 두 배 길이
바다 외 호수로 유입되는 강도 많아
초원·사막 많아도 수자원 풍부한 편


오호츠크 해로 흘러가는 강도 있다. 오논강은 러시아의 실카강을 만들고 다시 아무르강과 합쳐지면서 결국 태평양으로 흘러들게 된다. 이와 같이 몽골의 강과 호수를 초점으로 보면 흔히 초원이나 사막으로 연상되는 몽골에 의외로 수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실제로 몽골의 경우 국토면적이 워낙 넓고 지형이 다양해서 그렇지 사실 전반적으로 본다면 수자원이 그렇게 적은 나라는 아니다.

이 강은 역사의 무대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 강을 중심으로 힘을 비축한 몽골제국이 세계를 제패했는가하면 명(1368-1644)의 홍무제(주원장)는 베이징을 점령한 후 1372년 이 강에서 원을 오르혼강으로 패퇴시켰다. 오르혼강은 여기서 훨씬 북쪽에 있다. 그 다음의 영락제는 1414년에 이 강에서 오이라트를 몰아내게 된다. 이처럼 이 강은 역사의 격전장이기도 했다.

이 강가에는 흔히 버드나무 숲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 강은 멸종위기종인 철갑상어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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