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 정체 등 흥미진진
지속가능 슬로피시 제안도
바리바리 많아서 '바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바릿과 어류. 그 이름대로라면 흔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자원이 감소하면서 자연산을 만나기 어려운 탓이다. 엄청난 값을 치러야 맛볼 수 있다. 제주에서 최고급 어종으로 통하는 다금바리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다금바리가 진짜 다금바리가 아니라면. 다금바리는 100~140m 수심의 모래가 섞인 펄 바닥이나 암초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정착성이 강한 어류다. 제주도 등 남해에 서식하며 연중 잡히지만 어획량이 극히 적다. 갈색 바탕에 진한 색의 가로줄 무늬가 있고 꼬리지느러미는 전체적으로 검다.
그럼, 다금바리로 불러온 물고기의 정체는 뭘까. 같은 바릿과의 자바리로 보통 60~80㎝ 크기지만 최대 136㎝, 33㎏까지 자란다. 몸은 다갈색 바탕에 6~7개의 흑갈색 가로줄 무늬가 비스듬하게 있다.
해양생물학자인 황선도씨가 쓴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는 이처럼 맛은 알아도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명들의 비밀로 안내한다. 30년 넘은 바닷물고기 연구 경험을 토대로 해산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 등을 바로잡고 있다.
물고기는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들을 싸잡아 물고기로 칭한다. 고유의 개체적 특성없이 그저 물에 사는 고기로 여기는 등 오로지 먹거리로만 규정한 탓이다. 물고기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
지은이는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생생한 사진을 곁들여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를 짚었다. 밥반찬을 넘어 하나의 생명체로서 물고기의 삶을 기록해놓았다. 해삼, 멍게, 개불 등은 생긴 걸로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항변한다. 제주해녀가 건져올리는 소라가 미식가에다 전략적 사냥가라는 점은 흥미롭다. 삼치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사람이 먹기엔 아까운 생선이라며 잡히는 대로 일본으로 보내졌다.
책은 슬로피시로 마무리된다. 슬로피시는 공장식 어업에 대한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어업과 소비자의 책임있는 수산물 소비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슬로피시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제주 원담이 제시됐다. 제주 사람들은 무거운 돌덩이를 힘겹게 날라 만든 '돌그물'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어업으로 소비자와 가까운 생산지에서 수산물을 얻었다.
"자연에는 복원 능력이 있지만 그것은 무한하지도 관대하지도 않다. 그 많던 명태를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멸종위기종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해산물은 무한히 찍어 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서로 공존하지 않으면 결국 공멸하고 말 것이다." 서해문집.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