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1)홍임정 파우스트출판사 대표

[책과 사람](1)홍임정 파우스트출판사 대표
"문학하는 제주, 출판하며 실감"
  • 입력 : 2017. 06.0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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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임정 파우스트출판사 대표. 소설가인 그는 만들고 싶은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제주에서 책 만드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역출판사와 동네서점 이야기다. 디지털 시대에 책을 붙들고 있는 이들의 생존기이기도 하다.…○

출판사 로고부터 만든 뒤에 2013년부터 출판 작업 시작

문학 분야 출간 의뢰 잇따라...탈북자 인터뷰집 등 기획출판


그는 바퀴달린 여행용 가방에 책을 넣고 서울과 제주의 동네서점을 돈 일이 있다. 출판사에서 만든 책들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바라며 나선 길이었다. 5년이 채 안된 신생 출판사로 책 한권 한권 의뢰하는 이들이 고맙다는 그다.

파우스트출판사 홍임정 대표. 소설가인 그는 남편과 함께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자택 2층에서 책을 만든다. 출판사 사무실은 개인 서재처럼 단출한 규모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부부는 출판사 로고부터 만들었다. 괴테의 희곡이란 점보다 파우스트란 글자가 주는 디자인적 요소에 끌렸다. 마침 홍 대표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북한 이탈주민을 인터뷰하려면 명함이 필요했다. 편집기술이 있던 홍 대표는 2013년 읍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덜컥 출판사를 차렸다.

파우스트출판사에서 펴낸 책들

지금까지 파우스트에서 출간한 30종 가량의 책을 보면 문학을 가까이하는 제주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걸 읽을 수 있다. 시집, 비평집, 동화 등 자비출판 형식의 책들이 파우스트란 이름을 달고 나왔다. 파우스트 시선, 파우스트 어린이 등 책의 갈래를 나눌 정도로 문학도서가 늘어가고 있다.

이중에서 김병심 시인이 글을 쓰고 홍 대표의 남편인 안민승씨가 그림을 그린 동화집 '바다별 이어도'는 2쇄를 냈다. 책을 만드는 일보다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어렵다는 지역출판에서 1000부를 더 찍었다.

파우스트의 기획출판은 이제 시작이다. 2015년 홍 대표의 첫 소설집 '먼 데서 오는 것들', 홍 대표가 글을 쓰고 홍보람씨가 그림을 그린 제주 거주 탈북자 인터뷰집 '붉고 푸른 당신과 나 사이'를 기획출판으로 발간했다. 기획출판은 제작비용을 출판사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선뜻 뛰어들지 못한다. 그래도 기획출판 아이디어와 꿈은 새날처럼 품고 산다.

파우스트는 부부가 작업한 사진, 그림 등을 원작으로 표지 디자인을 한다. 미적 감각을 살려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파우스트의 강점으로 꼽힌다.

"77세 할머니의 시집을 묶은 일이 있는데 마지막 출고 때까지 문장 한줄, 단어 하나를 두고 무척 고심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겸손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홍 대표는 독립출판사의 '정신'을 잊지 않으려 한다. 더디 가더라도 만들고 싶은 책을 10권이든, 100권이든 낼 수 있는 출판사로 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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